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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경제부 차장
경기침체 장기화가 심상치 않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촉발된 수출 부진이 내수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부진과 반도체 시장의 잿빛 전망에 이어 중소기업체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사무직, 기능원 및 장치·조립 종사자 등 중숙련 분야의 일자리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면서 가계를 주로 책임지는 30~54세 가장들의 경제 활동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0~54세 남성들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올해(9월 기준) 93.1%로, 지난 1996년 95.9%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경우를 대비한 직업훈련 강화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보더라도 노동 공급 여력 축소 및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 하락 등이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깎아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과 비ICT 제조업, 가구별 격차 확산 등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데 올해 1분기 내수 기여도는 전기대비 1.2%p 상승에서 2분기에는 0.7%p 감소했다. 가계 소득 역시 3분기 기준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던 서민 대표 난방유인 등유값은 7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라 서민들의 경제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소비자물가지수도 두 달 연속 상승해 밥상물가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다.

갈수록 지출을 할 곳은 늘어나지만 지갑 사정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 돈이 시장에 풀리지 않으면서 지출과 생산의 순환고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 물가는 지갑의 열고 닫힘에서 평가된다. 지갑이 많이 열릴수록 경제는 살아나고 지갑을 닫을수록 경기는 침체된다. 정부는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정확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종찬 경제부 차장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