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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4차 산업을 이끌 신성장 동력 선점을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에서 현지 개발자 등과 함께 AI, 모바일서비스, 홈 사물인터넷 등에 관한 혁신기술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한 적이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엠큐브'를 열었다. 현대모비스는 이곳에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연결성), AI, 차량보안 등 분야에서 유망한 글로벌 스타트업의 발굴과 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 5G 등의 분야 글로벌 인재를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얼마 전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차를 만든 한 대학 연구진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나 자율주행 택배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창업하려 했지만, 여러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실리콘밸리는 50여 년 전만 해도 체리, 자두, 살구 등 과일이 풍성한 과수원 마을이었다. 그런데 컴퓨터와 인터넷 등 첨단 기술산업 발전의 시작점을 알린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모태 역할을 하면서 지금껏 기술 발전과 혁신의 상징이 되고 있다. 구글과 우버, 페이스북과 에어비앤비 등 4차 산업의 대명사 격인 유명 기업들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창업자나 투자자들에게 역시 이곳은 기회와 가능성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인천에 터전을 잡고 창업의 꿈을 시작했지만, 얼마 못 가 인천을 등지는 창업자들이 많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창업과 투자에 더욱 좋은 조건과 환경을 찾아 인천을, 우리나라를 떠나는 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혁신성장의 주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언제까지 떠나는 이들을 보고만 있어야 하나. 시간이 없다.

/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