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한 치킨·호프집 하느니…" 소규모 전자 상거래 '인기'
美 아마존등 쇼핑몰 판매계정 가입유도 '투자 갈취 신종 사기'
경찰 "다단계 처럼 피해자 발생전 수사 어려워… 각별한 주의"

소규모 자본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만 믿고 온라인 창업에 섣불리 투자했다가 많게는 수억원씩 떼이는 '신종 사기'가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치킨집이나 호프집 등 오프라인 창업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최근 서민들이 컴퓨터 한 대로도 장사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창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신종 사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인천의 한 대기업 제조업체에서 일하다가 2015년 8월 퇴직한 A(59)씨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아마존, 이베이 등 해외 유명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물품을 수출하는 '온라인 무역업체 사장님'이 되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A씨는 퇴직금으로 호프집을 차리려 고민하던 중 인터넷 광고를 통해 인천에 있는 해외 전자상거래 무역대행업체인 B사를 알게 됐다.

A씨가 회원사로 가입해 전자상거래 사이트 판매자(셀러) 계정을 만들면 B사가 거래처 발굴, 선적관리, 운송관리 등 수출 관련 교육·컨설팅을 해주면서 수출·판매까지 대행해줘 판매자 계정 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올려주는 사업구조였다.

B사는 "물건을 싸게 확보해 회원사 계정으로 판매한 후 매출 2억원, 수익 2천만원을 창출해주겠다"며 회원사들에게 투자금 2천200만원을 받았다.

가입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수익률 80%짜리 '2단계 사업'을 명목으로 추가 투자금을 받기도 했다. B사의 사업에 단계적으로 2억7천만원 가량을 투자한 A씨는 교육·컨설팅 등을 수강하면서 본인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계정을 통해 수출 실적을 올리는 과정도 확인했다.

사업 초창기에는 실제로 수백만원의 수익금이 A씨에게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약속된 수익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B사는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A씨처럼 B사에 투자한 회원사는 15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약 6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B사 대표를 고소했다.

경찰·검찰 수사 결과, B사가 전자상거래 무역보다는 회원사들의 투자금으로 다른 회원사에 수익금을 지급하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로 사업을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사업구조가 그럴듯해 사기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쏟아부은 퇴직금 대부분을 날렸다"고 토로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이영광)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B사의 대표 C(39)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수법이 지능적이고 전문적"이라며 C씨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생각으로 무리한 투자를 한 피해자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 검색하면 '급성장 중인 전자상거래 해외 창업 무료 세미나'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해당 광고들은 "시간, 장소, 나이 등 제한 없이 컴퓨터를 잘 몰라도 누구나 소자본으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B사의 사기 피해 사례는 경찰에서도 아직 생소한 수법이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다단계 사기처럼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피해자가 사기당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유형으로 보인다"며 "비슷한 유형의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