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국문학을 하고 싶었다. 허나 '취직도 안 되는 과에…'라는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고 그 당시 청문회로 인해 인기 있던 정치외교학과를 반항심으로 선택했다. 그동안 내 삶의 대부분은 정치학 전공과는 먼 일을 하며 살았다. 교육을 업 삼아 18여 년을 살았으며 지금은 꽃과 나무와 함께하는 일을 하며 간간이 잡글도 쓰며 살아간다. 나는 글 쓰는 일이 참 좋다. 이 좋아하는 일을 '왜 이제서야?'라는 생각에 그때 우겨서라도 국문과를 선택하지 않은 것을 가끔 후회해 본 적이 있다. 결국 돌아 돌아 이렇게라도 글쟁이 코스프레 하며 살게 되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다. 이런 내 경험이 이번 수능 본 수험생과 부모들에게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한다.
재직하는 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위해 시험문제 유출의혹을 받고 있는 쌍둥이 아빠 사건이 시끄럽다. 교사는 구속되었고 두 딸들도 퇴학처분이 되었다니 여러 생각이 든다. 대학서열중심, 경쟁 중심의 사회 분위기와 부모중심의 잘못된 교육관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이의 미래를 미리 규정지어 버리는 일, 부모로서 아이의 재능을 제대로 보지 못해 바른길로 인도하지 못하는 것도 넓은 의미로 폭력일 수 있다. 비단 쌍둥이 아빠 문제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불수능을 통과하자마자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부모가 원하는 대학, 명문 대학 입학만을 선택하지 말고 내 인생이 진짜 행복 할 수 있는 진로를 찾아 선택하길 바란다.
/전병호 생각공작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