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게시판 '우울감' 댓글 빈발
전문가 '홀리데이 블루스' 지적
타인 비교 '상대적 박탈감' 원인
자신만의 만족할 방법찾기 조언


연말연시 분위기 속에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말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선 각자 만족할 만한 방법을 찾아 연말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인천시 남동구에 거주하는 윤모(24·여)씨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한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가게에서 울려 퍼지는 밝은 분위기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을 때면 연말이 왔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윤씨는 이런 분위기가 반갑지만은 않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윤씨는 "연말에는 모두가 들뜨고 신난 것처럼 보이는데, 나 혼자만 우울해지는 것 같다"며 "이 분위기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윤씨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한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연말 분위기의 파티를 상상하면 설레지만, 한편으론 아무 이유 없이 씁쓸하고 외롭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800여 명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공감한 누리꾼은 진학을 앞둔 고3 수험생, 직장인 등 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층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연말에 우울감을 강하게 느끼는 현상을 연말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미국심리학회(APA)도 이러한 증상을 '홀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는 타인에게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만족하지 못한 해를 보냈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이 연말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그에 따른 상실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SNS의 발달로 타인의 화려한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면서 그 정도가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부 활동이 많지 않은 겨울철의 우울증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자신만의 연말 보내기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TV, SNS 등으로 화려하게 파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연말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