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위험 고령층 지역쉼터
설치의무 제외로 '초기대처 사각'
전문가 "최우선 지역 보급 절실"
인천시 "취약시설 공급 늘릴 것"


인천지역 경로당에 심정지 환자 발생 시 초기 대처할 수 있는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설치돼있는 곳이 전체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은 심장 질환,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이 쉼터로 이용하는 경로당에 AED 설치가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인천 10개 군·구에 설치돼 있는 경로당은 1천502개소. 이 중 AED가 설치된 곳은 연수구 한양1차아파트, 승기마을 아파트, 부평구 동아아파트 1단지, 계양구 현대아파트1차, 옹진군 자월1리 경로당 등 5개소(0.03%) 뿐이다.

AED는 심정지로 쓰러진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줘 심장을 정상 리듬으로 돌아오게 하는 응급의료장비다.

초기 심정지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응급장비이기 때문에 관련 법률에 따라 공공보건의료기관,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전년도 일일 평균이용객수가 1만명 이상인 철도역사 등에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경로당은 설치 의무 장소가 아니어서 AED 설치율이 낮은 실정이다.

최병창(80·인천 남동구 구월3동 )씨는 "경로당을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70~80대 노인으로 항상 건강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다"며 "언제든 심정지 등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나이기 때문에 노인들이 있는 곳에 응급장비 설치를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들에게 경로당은 집 다음으로 오래 머무는 곳이지만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할 수 있는 장비가 없을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노인들은 언제든지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는 취약층인 만큼 의무대상이 아니더라도 경로당에 AED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혁준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AED를 사용하는 등 초기 대처를 하지 않으면 1분이 지날 때마다 생존율이 10%씩 줄어든다"며 "AED가 가장 필요한 곳 중 하나가 경로당인데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내려오는 예산이 한정적이라서 설치 의무지역을 중심으로 AED 설치를 지원하고 있어 의무대상이 아닌 취약지역에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내년 지원 예산은 의무 대상이 아니더라도 경로당과 같은 취약시설에도 수요 신청을 받아 AED 설치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