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500m내에 학교 있어도 "멀다"
아파트 입주예정자 "새로 지어달라"
농촌, 학생 줄어 수업진행 어려워도
학부모 요청 없으면 문 못닫아 '곤란'
무분별한 학교 신설 요청과 폐교를 거부하는 학부모들의 입장이 도심지역과 농촌지역 간 학급당 학생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오는 2021년 입주를 앞두고 있는 수원시의 한 신규 아파트단지 입주예정자들은 경기도교육청에 초등학교 신설을 요청하고 있다. 반경 500m에 초등학교 2곳이 있지만, 멀리까지 아이들을 등·하교시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아파트 단지의 세대수는 1천여개로, '4천세대 이상의 주거단지가 형성되고 인근에 학교가 없어야 학교 신설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도교육청의 내부 기준에 전혀 부합되지 않지만 이들의 요청은 완강하다.
도교육청이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이더라도 새로 지어진 학교는 오롯이 이 아파트 단지 입주자만을 위한 학교는 되지 않는다. 신설 학교의 정원을 채우기 위해서는 인근 주거지역의 학생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학교는 늘어났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학급당 학생수는 줄지 않는 조삼모사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 매년 도내에 초·중·고교는 20~30곳이 늘고 있지만 도심지역의 과밀화 현상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교육지원청별 학급당 학생 수만 보더라도 광주·하남이 28.36명, 김포 28.29명, 수원 28.22명, 구리·남양주 27.8명 등으로 모두 OECD평균(23.4명)보다 월등히 높았다.
오히려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학교를 늘리는 역주행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학생수가 적은 농촌지역 학교도 교육청 차원에서의 폐교는 사실상 불가능해 문제다.
도교육청은 학교 통폐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활동하는 적정규모학교추진단을 구성·운영 중이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폐교는 특정 기준에 미달한 학교를 대상으로 삼지 않고 도교육청 내부 기준에 따라 학부모 및 지역주민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3분의 2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도교육청이 학생 수가 극히 부족한 학교를 폐교하고 싶더라도 학부모 및 지역 주민의 요청이 없다면 진행할 수 없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역에 따른 학생 수 불균형으로 통폐합이 필요한 학교가 있지만 도교육청 권한으로 학생들을 강제로 전학시키거나 학교를 통폐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우리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해결해줘야만 풀 수 있는 문제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