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14개교 '교류제' 도입합의
"일방추진·형평성문제" 학생 반발
인천대·항공대등 철회·보류 '무산'

인천·경기지역 14개 대학교가 추진하던 '복수학위제'가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상아탑의 '불통' 행정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립인천대학교는 경인지역 대학 14개교가 협약했던 '대학 간 복수학위 학생교류 제도'를 철회했다고 20일 밝혔다.

조동성 인천대학교 총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총학생회 회장단과는 사전에 논의가 된 것이었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알려지는 과정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며 "학문 교류를 넓히기 위한 좋은 취지인 만큼 다수의 학생들이 원해 다시 시행하게 되는 경우에는 공청회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항공대학교 역시 이날 홈페이지에 '경인지역대학 복수학위제에 대한 대학 입장'을 내고 "인근 대학 사이 교류의 장을 넓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함께 발전하려는 취지와 다르게 부작용을 염려하는 구성원들의 의사 표명이 있었다"며 "학생 동의 없이는 경인지역 대학 복수학위제 협약사항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복수학위제에 협약한 14개 대학은 인천대, 강남대, 단국대, 명지대, 서울신학대, 성결대, 안양대, 인천가톨릭대, 칼빈대, 평택대, 한국산업기술대, 한국항공대, 한세대, 한신대다. 단국대 등 일부 대학들도 도입을 보류하면서 복수학위제는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달 경인지역 14개 학교 총장이 협약한 복수학위 학생교류는 본교 졸업 학점 요건을 채운 후 다른 학교에서 1년간 전공학점을 취득하면 해당 학교 학위도 인정해주기로 한 제도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같은 제도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 데다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6일부터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도 폐지를 청원하는 글이 3건이나 올라오기도 했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경인지역 14개 대학 복수학위제를 폐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8천 명 넘게 동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청원 글에서 "교육 평등과 적성을 찾아가는 기회를 진정으로 원하신다면 밀어붙이기식 정책보다는 대학 내에서 전과를 조금 더 유연하게 하도록 교육부에서 지침을 내렸어야 하는 것이 맞다"며 "학창 시절 노력은 다 무시한 채로, 학생들 의견 수렴 하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복수학위제를 묵인한 경인지역 14개 대학교 총장님과 관계자분들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