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와 '농축산물직판장' 계약
슈퍼마켓·전통시장 상인 항의에
인천시·SK측 현장조사 늑장대응
"도매 영업만 할 수 있도록 협의"


인천 문학경기장에 들어설 대형 유통센터가 농축산물뿐 아니라 공산품까지 판매하려고 한 계획(12월 20일자 8면 보도)을 인천시와 SK와이번스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늑장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인천시와 SK와이번스에 따르면, 경북 영주시 영주생산자연합이 문학경기장 1층에 개장할 예정인 소비지유통센터(2천247㎡)는 계약상 '농축산물 직판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SK와이번스 측이 소비지유통센터 공사현장을 확인한 결과, 영주지역 농축산물뿐 아니라 가공식품이나 샴푸 등 공산품까지 판매하는 공간이 있었다. 매장 규모와 판매 품목을 보면 사실상 대형 식자재마트나 마찬가지다.

SK와이번스 측은 인근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상인들이 항의한 이후에야 현장을 확인했다. SK와이번스에 문학경기장 운영을 위탁한 인천시도 중소상권을 위협할 만한 대형 유통센터가 들어설 줄은 상인들 민원이 있기 전까지 몰랐다.

SK와이번스 관계자는 "계약서상에는 농축산물 직판장으로 명시돼 있는데,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취급하는 품목까지 판매할 계획인 줄은 최근 현장을 방문하고 알게 됐다"며 "판매 품목까지 구체적으로 계약에 규정한 것이 아니라서 품목이나 운영형태 등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SK와이번스가 경기장 내 수익시설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센터 조성과 관련해서는 시가 개입하진 않았다"고 했다.

인천시와 SK와이번스가 경북 영주의 대형 유통센터가 주변 중소상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파악조차 하지 않은 사이 센터 개장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영주시와 영주생산자연합이 애초 계획과는 다르게 유통센터를 조성하고 있지만, 행정적으로 조치할 방안은 없다.

영주시 관계자는 "300곳이 넘는 영주지역 상인들이 모인 생산자연합이 운영하기 때문에 판매 품목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은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할 인천시와 지역 상권과 상생해야 할 SK와이번스가 오히려 "상권 죽이기에 앞장선다"고 반발하고 있다.

신기시장 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 김종린 이사장은 "상인들이 문제제기하기 전까지 인천시와 SK와이번스 쪽에서 영주시가 어떤 형태의 매장을 준비하는지 몰랐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만큼 인천시와 SK와이번스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SK와이번스 관계자는 "지역 상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소비지유통센터가 소매가 아닌 도매 영업만 할 수 있도록 운영자 쪽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박경호·김태양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