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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독서대국'인 적이 있었다. 한해 소설이 수백만 권이 나가고, 백 만권 넘게 팔린 시집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학자들이 나서서 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지 연구할 정도다. 독서율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1일 평균 독서시간은 6분, 성인 세명 중 한 명은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책도 읽지 않는데 어떻게 선진국이 됐는지, 아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는데도 왜 책을 읽지 않는지 세계인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올해도 언론사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국민들은 책도 읽지 않는데 책을 선정해 정성스럽게 편집해 소개하는 걸 보면 낯설기까지 하다. 하지만 책 안에 한 해의 세태가 그대로 담겨 있다는 것을 아는 언론이 이를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독서를 권장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매체는 달라도 보는 눈은 같아서 같은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보문고와 인터파크, 예스24 온라인 서점 '빅 3'도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올해의 책'을 발표했다. 에세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가 세 군데 모두 1위에 올랐다. 하태완의 에세이 '모든 순간이 너였다'와 백세희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도 10위 목록에 들었다.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 김수현의 '나는 혼자 살기로 했다' 등 자기계발서도 눈에 띄었다. 고단한 세상 탓인지 올해도 에세이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TV 등 미디어에 노출된 도서의 선호도가 높았다.

국내 작가의 소설이나 시는 단 한 권도 진입하지 못한 것은 이제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다. 미국 아마존닷컴의 올해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톱 10'에 8권이 소설인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책에 대한 무관심 속에 '문학은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25년 만에 돌아온 '책의 해'였다. 책이 더 팔렸다는 말이 없는 걸 보면 이를 눈치채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았던 모양이다. 알았다 해도 '독서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책을 꼽으라면, 시인 김명인의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와 세스 스티븐스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스티븐 레비츠키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가 좋았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