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계양고 교사
전재학 인천 계양고 교사
전국을 뒤덮는 '스쿨 미투'로 드러난 오염된 교단을 지키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 먼저 깊은 성찰과 자성을 하게 된다.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지식인의 핵심인 교사가 필부필녀(匹夫匹女)보다 못한 얼치기 지식인으로 군림한다는 것이 자존심마저 바닥을 친다. 누구나 페르소나(persona)를 쓰고 배역에 충실한 배우라고 하지만 특히 교사는 주연배우이면서 철저한 공인이어야 한다. 모든 관람객은 높은 수준의 이해력과 공감능력을 소유한다. 상대적으로 교사는 끊임없는 수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는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생각한다. 교사는 10대 청소년의 정신수준을 훨씬 능가할 것을 요구한다. 젊고 발랄한 10대 제자들과의 공존은 젊은 피를 수혈한 것처럼 젊어지되 정신적 성장은 멈추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장점 이면에 끊임없이 수행하는 수도자와 같이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의 교사의 자화상을 슬프게 바라본다. 지금은 문제의 학생들을 지도하는 그 반성문을 쓸 때이다. 거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지 교사는 잘 알고 있다. 여기에 아픈 과오를 상기해 본다. 말로 오염된 교단의 현실 말이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어린 학생들 앞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어쩌다 어른이 된 것인가. 어디 그뿐인가. 교사라는 위력을 가지고 어린 딸(아들) 같은 여(남)학생을 유혹하여 가증스러운 성범죄를 행한다. 아직 언론 매체에 공개되거나 드러나지 않은 얼마나 많은 불미스런 일들이 수면 밑에서 대기하고 있을까.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영화(두사부일체)나 TV 예능프로그램(집사부일체) 제목으로 패러디하는 옛말이 되었다. 스승은 스승다워야 한다. '껍데기는 가라'던 어느 시인의 외침이 들려온다. 오염된 교단에서 껍데기는 솎아내고 속이 알찬 교사들이 좀 더 선한 교육의 본질을 수행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주역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우리 교사는 진정한 석고대죄의 자세로 정화하고 자성하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우리 교육은 더 이상 오염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전재학 인천 계양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