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비싼 주거비 부담하며 살아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름 인정하고
서로 포용하는 '사회적 우정의 시대'
잃어버린 '함께 사는법' 다시 배워야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혼자 살면 자유롭고 편하겠다고. 맞습니다. 그러나 불편함도 많습니다. 혼자 밥해 먹고 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간편식 위주의 식사가 반복되니 건강을 잃기도 쉽습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보호자가 어디 있냐고 묻습니다. 나는 나를 보호해야 합니다. 셀프로. 어느덧 노화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삶의 무게가 이제는 버겁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이웃 하나 없는 속에서 모든 사람을 경계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택배 하나도 조심스럽고 배달음식도 시켜 먹을 수가 없습니다. 주위에 사람이 없어도 불안하고 낯선 사람은 더욱 불안합니다. 결국 집은 잠만 자고 나가는 온기 없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혼자의 삶, 당당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살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차별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전통적 가부장제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속에서 우리는 비정상 가족입니다. 4인 가구와 비교 시 3배 가까이 비싼 주거비를 부담하고,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사회는 우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독립적이면서도 고립되지 않는 집, 굳이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적정 비용으로 쫓겨날 염려 없는 집, 그 누구도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너와 나, 우리 모두의 집 어디 없을까요? 사실 주거 이전의 근본적인 질문은 바로 '독거'가 아니라 '단절된 사회관계'입니다. '관계의 단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하는 문제입니다.
이미 홀로 사는 삶은 전 세대에 걸쳐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청년 1인가구는 독거중년이 되고, 독거중년이 독거노인이 됩니다. 외로움은 지구상의 모든 고령화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병리 현상입니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자본과 시장은 사업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1코노미, 욜로, 나 혼자 산다…, 매우 디테일하고 유혹적인 마케팅으로 관계가 단절된 혼삶과 각자도생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정부는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정상가족으로의 회귀를 고집하는 저출생고령화 정책에 어마어마한 예산(지난 10년간 무려 127조원이라는)을 쏟아붓고 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혼삶도 정상가족도 아닙니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차별하고 구분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포용하는 사회적 우정의 시대를 원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개인 간 세대 간 단절된 사회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어느덧 우리가 잃어버린 함께 사는 법, 그것을 다시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혈연 지연 학연을 넘어 다양한 가치와 취향을 추구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관계근력을 키우고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여야 합니다. 지역마다 이러한 주민자치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공간과 인프라를 제공하여 그 누구도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활기 있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곳에도 '독거중년'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녀)는 혼자가 아닙니다.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