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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과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집권세력과 보수야당의 내면을 보여주는 프리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각각 공항갑질과 유권자 모욕 논란을 일으킨 두 의원은 해명과정을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력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 의원은 신분증을 꺼내 달라는 공항 보안요원의 요구에 국회의원 신분을 밝히며 규정에 없는 갑질을 한다고 핏대를 세우고 욕설까지 했다고 한다. 해명이 가관이었다. 자신이 보안요원에게 갑질을 당했고, 시민을 대표해 항의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음모론으로 맞섰다. 김해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자신을, 시쳇말로 공항공사가 엿먹였다는 취지였다.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고도 했다.

문제의 보안요원은 스물네살의 공항공사 협력사 직원이다. 공항공사는 김 의원이 속한 국토교통위 산하기관이다. 감히 김 의원에게 갑질하고 엿먹일 입장이 아니다. 김 의원의 억지는 '나는 무조건 옳다'는 독선(獨善) 말고는 설명이 어렵다. "사찰 DNA가 없다"는 정권 성선설과 맥락이 같다. 결국 김 의원은 사과했다. 하지만 김 의원을 통해 권력 핵심의 독선을 짐작한 국민의 경계심은 커졌다.

민 의원은 "잘 지내냐"는 인사말에 "이번 정부에서는 잘 지낸다"고 답한 여성 유권자에게 침을 뱉었다. '고맙다고 더 분발하겠다'고 정중하게 답해야 옳았다. 보수에 적대적인 현장민심의 사례로 당 지도부와 공유하고, 대변인이 한 유권자의 직설에 감사를 표했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뱉으면 모욕이고 뒤돌아 뱉으면 모욕이 아니다? 황당하다. "비염"은 뭐고 "부덕의 소치"는 뭔 소린가. 잘 지낸다는 유권자에게 왜 침을 뱉나. 상대가 남성이었다면 멱살잡이가 벌어졌을지 모른다. 민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보수혁신 의지에 침을 뱉은 셈이고, 모른 체 하는 당 지도부의 시계는 박근혜 탄핵에 머물러 있다.

자신의 갑질을 힘 없는 청년의 갑질로 둔갑시키고 과대망상적 음모론으로 덮으려는 여당 의원. 머리 조아리고 고마워해도 모자랄 직언에 침을 뱉은 야당의원. 두 의원은 집권세력과 제1야당의 정체를 거울처럼 보여주었다. 감사할 일인가?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