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권순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지난 11월 27일자 경인일보에 실린 이남식씨의 칼럼 '보헤미안 랩소디가 주는 교훈'을 읽었다. 글의 핵심 주장은 "'동성애 비판'할 권리 위협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인 듯하다. 칼럼이 발표된 직후 전국의 80여 개 인권·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그의 혐오선동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학가에서도 성명을 통해 이씨의 낙후한 인권의식을 비판했다. 이씨의 글 곳곳에는 시대착오적 인권의식이 깔려 있었다. '엄친아' 운운하는 부분에서는 능력주의적 시각이, 다른 멤버들과 다른 '인도계'임을 굳이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이주민을 타자화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자신의 주장을 위해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의도적으로 증폭하는 모습에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제멋대로 왜곡하며 차별금지의 본령을 훼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모두를 권위있는 남성 지식인이 주는 '교훈'의 형태로 포장·유통하려는 모습에 매우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칼럼에서 이씨는 "(동성애자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되지 않도록 하되"라며 점잖은 단서를 붙이는 한편, "이를 부추기거나 보다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조장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생활방식이라고 보는 낙후한 인식이다. 이는 "성적 지향은 선택이므로 차별해도 된다"라는 주장을 펴기 위한 것임이 글의 말미에 드러난다. '동성애적 성적지향으로 인한 에이즈'로 죽었다며 프레디 머큐리를 언급하는 부분을 보자. 여기서는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확대하려는 부박한 의도가 읽힌다. '동성애적 성적지향으로 인한 에이즈'라는 표현은 악의적이고 비과학적이다.

HIV는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감염에 취약한 인구 집단이 있을 뿐이다. 성인보다 아동·청소년이,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가, 그리고 성폭력·성매매에 노출된 사람들처럼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집단일수록 HIV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의 의미를 되새겨보라. 한국질병관리본부가 "HIV 감염인의 감염경로, 성적 지향 등 성 정체성에 특히 주목함으로써 차별적 인식을 강화하지 말라"고 거듭 권고한 것(언론과 미디어를 위한 HIV/AIDS 길라잡이, 2012)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유엔에이즈(UNAIDS)도 공포와 낙인을 확산하는 것은 오히려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환경이 조기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HIV의 효과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감염인에 대한 의료차별을 철폐해야 하며, 취약그룹이 HIV 검진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프레디 머큐리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은 1991년의 일이다. 그간 의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HIV는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되었다. 이제 HIV 감염이 왜 일어나는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만약 감염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AIDS라는 질병과 HIV 감염인에 대한 편견이 한국사회에 얼마나 만연한지 돌아보기를 제안한다. 그리하여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간적인 눈높이를 유지하기 위한 저마다의 역할을 돌아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보헤미안 랩소디가 주는 교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권순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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