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노후복지 등 둘러싸고
세대간 분배투쟁 불가피하게 보여
갈등조정·완화제도 아직도 논쟁
실패집단 해결주체 내세우기보다
서로 반성하는데 눈을 돌려보자


2018123101002105400101351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조사들은 설문 말미에 응답자의 사회적 배경을 묻는다. 성별, 연령, 교육수준, 거주지역, 직업, 소득 등이다. 여기에는 성별, 세대 등 사회적 조건에 따라 사회와 국가정책에 대한 인식과 행위가 다를 것이라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 등은 예측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사회적 배경에 따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이 중첩적으로 작용하거나 그 사회적 배경을 압도하는 사건이 우연하게 발생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원래의 전제를 훼손하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여성과 남성을, 어떤 세대를, 어떤 지역민을, 어떤 계층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행위자로 불러내기도 한다.

경제성장의 잠재력은 이미 소실되었고 마침내 위기가 오고 있다는 진단이 들린다. 주로 취업률, 고용률, 성장률, 경기선행지수, 그리고 지니계수 등 불평등지수가 거론된다. 그로 인해 더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견해들도 피력된다. 인과가 불명확하거나 역전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이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로 부각된다.

먼저 정권의 책임론이 거론된다. 이전 보수 정권들의 적폐와 무능, 그리고 부자와 재벌 편들기가 낙수효과를 낳기는커녕 한국경제를 위기의 늪에 빠트렸다고 한다. 신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산업구조의 변경 없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성장과 분배를 악화시켰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사회경제적 집단에게 책임을 묻기도 한다. 재벌구조가 중소벤처기업의 창의성과 일자리 창출을 고갈시키고 사회적 양극화를 낳았다고 한다. 민주노총과 대기업 귀족노조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을 악화시키고 비정규직의 취업난을 낳았다고 비판한다. 더 나아가 경제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을 특정 계급에게 묻거나 정치권력구조 혹은 경제조직 및 분배구조에게 묻기도 한다. 그러나 우파정권이나 좌파정권이나 경제구조를 재구성하고 성장의 잠재력을 이끌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데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재벌과 노조는 서로를 비난함으로써 그 입지를 찾는 적대적 공존관계로서 저소득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그리고 실업자들의 현실을 개선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분단체제하에서 왜곡되어 미형성된 계급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고, 권력구조나 생산분배구조는 모든 행위 주체들을 사면하는 변명일 뿐이다.

더러 또 다른 사회집단들이 호명되기도 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성차별적 사회구조가 여성의 사회진출과 지위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산업구조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성차별의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어떤 주체들을 부를지는 모호하다. 여기에 일부 사회학자들은 세대문제를 제기한다. 이른바 베이비부머들인 86민주화세대가 사회적 기회를 절대적, 상대적으로 많이 점유함으로써 후세대들과의 불평등한 분배구조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의 청년실업은 86세대들을 그 수혜자로 만든 2016년부터의 근로자 정년연장의 결과로 더 악화되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정치권력의 분배에 있어서도 일찍 사회운동 및 시민사회의 권력을 딛고 제도정치에 진출하여 지금까지 후속세대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본다.

현재의 사회상황에 대한 세대논쟁은 이미 작년 여름에 이루어졌다. 카이스트의 이병태 교수는 헬조선을 말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앞 세대의 분투를 폄하하지 말고 넓은 세상을 보고 더한 노력을 먼저 시도하라고 말한다. 이에 한양대의 박찬운 교수는 '5000년 역사 최고 행복세대의 오만'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성장과 경쟁만을 물려준 일에 대해서 성찰하고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다시 이 교수는 앞 세대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으며 젊은 세대에게 던지는 립서비스는 그 어떤 해법도 아니라고 비판하지만, 박 교수는 가진 것을 공유하자는 젊은이들에게 공감하면서 대안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응답한다.

고령화 사회를 거쳐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일자리와 노후복지 등을 둘러싼 세대 간 분배투쟁의 문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한 세대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할 제도들은 아직도 논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내의 분배문제를 이미 경험한 사람들이 사회적 분배문제를 재구성할 인식과 실천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떠한 의식과 경험도 없는, 이미 등장하여 실패한 집단들을 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주체로 다시 호명하기보다는, 이제 세대와 그 세대의 성찰에 눈을 돌려보자.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