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된 목표는 '한국어 능력 향상'
"친구와 진솔한 얘기 나누고 싶어"
'고려인 4세 동포 인정'도 큰 관심
먼 이국에서 수 십년 만에 고향을 찾아 정착한 고려인들은 이방인이 아닌 한민족으로 사는 새해 소망을 꿈꾸고 있다.
이들에게 2018년은 불안과 희망이 교차한 한해였다.
지난 11월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의 피해자가 러시아계 다문화가정 학생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고려인 학부모들은 같은 문화·언어권에 살았던 동포였다는 점에 동질감을 느끼며 불안한 날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한국 거주 고려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인 대한고려인협회가 처음 설립되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8만명 고려인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협회가 설립되고 인천지역 첫 행사로 지난 24일 인천 거주 고려인들은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조금 이른 송년회를 열었다. 인천에 정착해 사는 고려인들이 함께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송년회에는 60여 명의 고려인이 참석했다. 고려인 학생들은 종이로 만들어진 통일신라, 가야시대의 갑옷과 한복을 입으며 한국의 역사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고,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를 했다.
노인들은 함께 모여 아리랑을 부르며 2018년을 보냈다. 한국 문화가 가장 잘 담겨 있는 자리였다.
2018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1시께 연수구 함박마을의 한 카페. 이날 만난 고려인들은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자신의 꿈과 소망을 풀어 놓았다.
이들이 말한 꿈과 소망은 제각각이지만 남녀노소 공통적인 것은 '한국어 능력 향상'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부터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중·장년층까지 한국에 정착해 살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의사소통이었다.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서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와서 사는 방 야나(13)양은 "학교에 다니면서 친해진 친구들이 많은데 언어소통이 잘되지 않아 오해가 생겼을 때 풀기가 쉽지 않다"며 "친구들과 다양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한국어를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온 변 리야(13)양은 "2019년에는 모든 고려인과 한국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친하게 지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학부모들은 고려인 4세를 동포로 인정해주는 것이 2019년의 가장 큰 소망이다. 법무부에서 재외동포법상 동포로 인정되지 않는 고려인 4세의 체류권 보장도 오는 6월이면 끝난다.
초등학교 6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고려인 3세 김 타찌아나(34·여)씨는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한국에 머물지 못해 생이별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2019년에는 고려인 4세도 한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