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 천장'은 1979년 미국 컴퓨터 정보기술업체 휼렛패커드에 근무하던 캐서린 로렌스가 처음 언급했다. 그녀는 언론자유를 위한 여성기구 연례회의에서 "미국 기업 내 여성의 승진정책에는 제한이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 '유리 천장'이라는 제약에 놓여있다"고 말하면서 이 용어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 1986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에 '유리 천장은 여성들이 깰 수 없는 장벽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이 소개되면서 '유리 천장'은 대중화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직장 내 여성차별 수준을 평가해 '여성의 날' 발표하는 '유리 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올해 우리나라는 25.6으로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주간지가 지수를 만든 2013년 이래 6년 연속 꼴찌다. 이 지수는 고등교육과 임금격차, 기업체 임원이나 고위공직자의 여성 비율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국은 '노동시장 참여율 격차'가 22%로 터키를 빼고는 가장 컸고, 기업이사회 여성 비율이 2.1%로 OECD 평균 21.8%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여성의 사회진출과 그 이후의 승진을 가로막는 한국사회의 유리 천장은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첫째가는 여성을 일컫는 '알파걸(alpha girl)'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지르고, 교직은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 시험 성적 등도 남성을 압도하지만, 취업과 승진에서 여성은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다.
2019년 새해, 경기도에 '첫' 여성 부지사가 탄생했다. 경기도는 어제 단행한 인사에서 이화순(57) 황해경제자유구역청장을 행정2부지사로 내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성평등 약속에 따른 발탁인사라지만 1천300만의 지자체에 이제야 처음으로 여성 부지사가 배출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음에도 지자체의 '유리 천장'은 그만큼 단단했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이 부지사에 거는 경기도민들의 기대도 매우 크다. 경기도는 지난해 8월 정기 인사 당시 5급 승진 예정자의 여성 비율이 역대 최고인 35.4%를 기록한 바 있다. 능력 있는 여성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것은 개인적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경기도 공직사회에 '유리 천장'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