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태어난 농민의 자식들
누구나 겪어봤을법한 경험·추억
정갈한 표현 속 위트있게 풀어내
서로 다른 직업들 엿보는 재미도
■ 넷이 따로 또 같이 ┃홍종명외 3명 지음. 도서출판 위 펴냄. 198쪽. 1만5천원
기상천외하고, 소름 끼치는 반전이 넘치지 않아도, 우울증을 극복한 이야기랄지, 자그마한 가게를 열고 소소한 나만의 삶을 즐기는 이야기도 충분한 재미를 주는 서사가 될 수 있다. 요즘은 그런 시대다.
'넷이 따로 또 같이'는 그 머리말에서 말했듯 다소 '밋밋하다'느낄지도 모르겠다. 홍씨 성을 가진 4형제가 살아온 이야기들은 그즈음의 나이라면 겪어봤을 법한 경험들이 대부분이다.
평범하지만, 그래서 공감이 가고 웃음도 난다. 또 가슴이 따뜻해진다. 누군가에겐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버지의 이야기이기도 해서다.
형제의 역사는 맏이인 홍종명씨가 태어난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난 기간 중 가까운 이웃이 된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중매로 4형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얼굴도 한번 못 본채 인연을 맺었고, 홍종명씨가 태어난 게 그 시작이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 밑에서 4형제는 봄이면 갈매뜰에 나가 달래 냉이를 캤고, 여름이면 운동장과 하천을 놀이터 삼아 몸을 굴리며 뛰어 놀았다.
어렵지만 꿋꿋이 학업을 이어간 4형제의 눈물나는 노력과 부모님을 향한 애틋한 효심, 자녀를 향한 애끓는 부성애, 형제 간의 따뜻한 우애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쌀 가마니를 몰래 서로의 쌀더미에 가져다뒀던, 가슴 훈훈한 동화책을 읽고 난 기분이다.
무엇보다 책은 정갈한 삶 속에서 자신의 추억을 맛깔나게 표현한 형제의 위트가 돋보인다.
또 형제의 다양한 직업만큼 삶의 현장 같은 다채로운 직업세계도 엿볼 수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