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전망 2%대 '장기 저성장시대'
대외환경 갈수록 불확실… 험난한 여정
투자·소비심리 위축 요인들 혁신 필요
'희망' 있으면 고통 이겨내기 쉬워져
국가 청사진을 다시 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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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광 GWP Expert 조직문화연구소장
'불확실성'은 경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다. 황금돼지의 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금년의 경기전망은 어둡다. 금년 세계경제 핵심변수는 미·중 경제동향이다. 두 나라의 경기하강국면,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중국은 과도한 부채로 소비여력이 줄어들면서 경착륙이 예상되는 등 이어지는 악재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40%에 가까운 한국의 경제에 온통 먹구름이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전 세계 관세율이 10% 인상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6%p 감소될 전망이다. 영국의 유럽연합탈퇴와 프랑스의 난폭해진 '노란조끼'시위 등 유럽의 정치적 갈등도 세계경제의 성장률 둔화를 가속화 시키는 악재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6월 보고서의 전망치보다 0.1%p 낮은 2.9%로 제시했다. 내년과 후년의 성장률도 2.8%를 예측했다. '어두워지는 하늘(darkening skies)'이라는 부제를 단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2017년 3.1%에서 작년에 3.0%로, 올해는 2%대로 주저앉아 세계경제가 장기 저성장시대가 시작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내경기는 수출경기 둔화위험과 유동성제약에 따른 소비절벽으로 내수부진까지 겹쳐 경제성장률 둔화추세는 더욱 뚜렷해진다. 금년의 한국경제는 더 험난한 여정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정치의 불안정성과 경제 측면에서 좀처럼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외환경이 갈수록 불확실해진다는 것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작년 12월 한국은행의 기업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달보다 2p 하락한 72였다. 2016년 12월(71) 이후 최저치이다. 또한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작년 12월 97.2로 3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5월 108을 기록한 이후 7개월째 하락추세이다. BSI와 CCSI 모두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과 가계가 더 많다는 의미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비관론자 비중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비투자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어 IMF 이후 최장이다. 이는 기업들의 경제에 대한 불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조업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혁신과 재정확충을 통한 경기부양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는 좀더 합리적이고 확실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친노동정책이든 친기업정책이든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기업들의 투자심리와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들을 과감히 혁신하여 투자와 소비를 살리는 정책입안에 몰두할 때이다. 경제는 심리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 없이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펼칠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효과적인 경제정책을 시행하려면 인간심리의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제학에 인간 심리학을 접목시킨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기도 한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인간은 주관에 휘둘려 충동적이며, 집단적으로 똑같이 행동해 자기과신과 편향에 빠진다. 때로는 자신이 보는 대로, 때로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결정하는 존재이다"라 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세상에는 주로 낙관주의자들이 승리하는데 그것은 그들이 항상 옳기 때문이 아니라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잘못되었을 때조차도 긍정적이다"라고 한 하버드대의 경제사학자 데이비드 란데즈 교수의 말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볼일이다.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인용했듯이 김구 선생은 해방 직후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은 우리에게 새로운 마음, 새로운 문화를 요구한다. 우선은 경제부터 살리고 볼일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오히려 코끼리를 떠올리듯이, 우리가 어떤 단어를 들으면 그와 관련된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마찬가지로 공적 담론의 프레임을 재구성하는데 성공하면,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게 된다.

언어가 프레임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은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 한다. 이제부터는 '희망'을 얘기하자. 현재가 고통스러워도 그 끝에 행복이 온다는 희망이 있을 때 고통을 이겨내기 쉬워진다. '사람중심경제'정책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국가청사진을 이제라도 다시 써보면 어떨까. 경제는 바로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세광 GWP Expert 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