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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의회에도 '막말'로 공인(公人)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골치 아픈 의원이 한두 명쯤은 있는 모양이다. 요즘 백인우월주의 발언으로 뉴스의 중심에 있는 9선의 스티브 킹 하원의원이 그런 경우다. 공화당 소속 킹 의원이 지난 10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백인 민족주의, 백인 우월주의, 서구 문명이 어떻게 모욕적인 말이 됐는가"라며 백인우월주의를 편드는 발언으로 미국이 온통 시끄럽다. 그는 지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인 우월주의 후보자를 지지하고, 유대인 몰살을 주장하는 책을 홍보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불법 이민을 "서서히 진행되는 홀로코스트"로, 백인이 아닌 인종의 이민자 유입을 "백인 학살"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미국 내 여론은 킹의 언행이 공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난으로 도배됐다. 민주당은 킹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론이 갈수록 험악해지자 공화당도 14일 스티브 킹 의원을 상임위원회 활동에서 배제했다. 그를 후원했던 인텔과 네슬레 자회사 퓨리나 펫케어, 유가공기업 랜드 오 레이크스는 킹의 발언으로 파장이 커지자 후원 중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요즘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과 서영교 의원의 '판결 청탁' 논란 등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손 의원은 목포시 '문화재 거리'가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일대 건물 10채를 사들여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서영교 의원의 경우, 4년 전 국회로 파견 나온 판사를 불러 지인 아들의 '강제추행미수사건'재판에 청탁을 넣어 벌금 500만원으로 낮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더 조사해야 알겠지만, "공인이 꼭 그랬어야 했나"로 민심이 들끓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숱한 발언으로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란 소리를 들어왔던 의원들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좌우명으로 삼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했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매지 않았다. 로마가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번영을 가져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공인으로서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 도덕성에 충실했다.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한 권력층의 도덕적 해이,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공인으로서 낮은 품격을 국민은 이제 더는 눈감아 주지 말아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