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재학중 유학 분자생물학 전공
귀국후 아주대 입학 수석 졸업까지
축적 노하우로 바이오벤처기업 일궈
안성민(45) 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경력의 의사 과학자(M.D-Ph.D)이다.
경희대 의대 재학 중 '휴먼 게놈 프로젝트'에 끌려 호주 퀸즐랜드대에 편입해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다. 귀국한 뒤 아주대 의과대학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전국 의과대학 수석 졸업생 상당수가 소위 '빅5 병원' 인턴으로 임상 의사 경력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그는 전국 41개 대학 의대 수석 졸업자 중 유일하게 기초 의학 연구자의 길을 선택했다.
호주 정부 초청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돼 멜버른대에서 유전단백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의사 면허가 있는 연구자로 서른셋의 나이인 2007년 가천대 길병원에서 교수가 됐다.
2017년 바이오벤처 기업을 창업했고, 지난해 12월 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의사 과학자의 토양이 척박한 국내에서 왜 그는 이런 길을 걸어왔을까. 최근 만난 안성민 소장은 "처음에 견디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우리나라처럼 기초 의학을 안 하는 곳에서 M.D-Ph.D는 드물어서 가치가 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제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의사 과학자(M.D-Ph.D)로서 안 소장은 'T자형 인재'를 지향한다. 가천대 길병원에서 교수가 된 이후 10년간 그는 의사(M.D)로서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자(Ph.D)로서 아이디어를 구현해 사업화하는 방법론을 익혔다.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7년 바이오벤처 이뮤노포지를 창업했다. 그는 "대학의 가장 큰 책무 중 하나는 창업"이라고 강조했다.
안성민 소장은 "작년 4월 미국 MIT에 가서 '이 학교 졸업생이 창업한 회사의 1년 매출 총합이 우리 돈으로 700조원'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돈의 가치가 아니라 그만한 밸류를 만들어 내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안 소장은 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를 이끌어가는 두 번째 수장으로서 '산학 협력'과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바이오 의약 산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확대해 나가면서 외국 연구소와 공동 연구, 해외 우수 연구소 유치 사업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안성민 소장은 "유전체는 우리 각자의 책이고 '인간의 책'이 바로 DNA다"라며 "현대 의학의 근간인 유전체 의학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일은 곧 인간의 책을 이해하는 것으로 우리 연구소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