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폭로·불안정한 경제현실 원인
文정부 정책실패서 찾으려는 심리
통일·남북문제외 국민들 기대 부족
획기적 대안 제시로 미래 선도하는
새로운 장관·자치단체장 내세워야
하지만 오리하라(織原義明) 교수팀은 2017년 말 일본지진학회에서 지진과 산갈치는 상관성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1928년부터 2011년까지 심해어와 지진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363건의 사례 중 지진이 발생한 경우는 13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인간이 산갈치 등장을 지진의 징후로 예측하거나 방재에 유용한 정보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어류가 지진을 예측하는데 필요한 수단으로 쓸모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해에 대한 조사의 한계로 지진의 전조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적 해명과 달리 인간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산갈치의 등장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심해저에 대한 궁금증이나 심리적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심해의 어디에선가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과 기재부 신재민 사무관의 폭로 그리고 손혜원 국회의원을 둘러싼 논쟁들이 진실성 여부와 무관하게 일파만파인 것도 그 때문이다. 청와대나 권력기관, 그 어디에선가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뜻이다.
경제의 불안정한 현실과 그 논거를 문재인 정부나 정책 실패에서 찾으려는 심리적 요소들도 확산에 가세하고 있다. 국민의 힘으로 탄생한 촛불정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로와 험난한 경제를 둘러싼 상상력의 증폭이 문재인 정부가 당면할 전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왜 폭로되는 사안들이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확대되고 있는지.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지.
첫째는 통일과 남북한 문제를 제외하면 국민들이 기대할 만한 정책이나 비전이 부족하다. 산업정책이나 일자리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새로운 경제정책의 추진에서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바이오와 블록체인, 게임 산업과 e-스포츠와 같은 성장 분야에 대해 규제정책을 우선하고 있다.
둘째, 존경하고 신뢰할 만한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를 선도해야 할 장관이나 시도지사들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존재감이 없는 장관이나 시도지사들에 대해 지난 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부정적 평가들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 대들보와 서까래의 혼용법을 활용하지 않는다. 지난 선거가 박빙이었다면 신세 진 사람들이 있겠지만 압도적이었으니 챙겨야 할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적다. 시민들을 의식하는 긴장감도 떨어지고 획기적인 정책을 만들어 추진하는 동력도 낮다. 그렇다 보니 내 편을 써야 할 분야와 전문가로 승부수를 내야 할 분야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개별 사안들이 혼재되어 증후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루지 못하는 한 내년 총선에서 다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남북통일을 향한 대통령의 행보가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극적인 돌파구를 열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북제재를 쥐고 있는 한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가 바로 나타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장관과 자치단체장은 미래의 획기적 정책들에 대해 정치적 능력과 재량권을 발휘하도록 권한을 부여받은 자리다. 법령과 예산 그리고 규제 안에 안주하는 공무원과 달라야 한다. 개각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를 선도하는 정책에 혼신을 다하는 장관과 기관장을 갈망하는 이유다. 새로운 리더를 내세워 국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다짐할 때다.
견리사의(見利思義). 눈앞의 이익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촛불로 염원했던 국민들에 대한 의리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국민들이 왜 산갈치를 보면서 정부와 국가를 걱정하는지.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고민하고 있는지. 깊이 헤아려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