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그룹엔 '7년 차 징크스'란 게 있다. 전속계약을 체결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표준전속계약 권고기간이 7년으로, 이때 팀이 해체되거나 멤버 일부가 탈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붙여졌다. 실제 씨스타, 레인보우, 포미닛 등 인기 걸그룹도 '7년 차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올해 7년째가 되는 EXID에 관심이 쏠린 것도 그런 이유다. 보이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B1A4는 진영과 산들이 팀을 떠나며 팀 재편이 이뤄졌고 인피니트, 블락비 등도 팀원의 일부와 작별했다. 그렇다고 7년째 팀이 모두 깨지는 건 아니다. 에이핑크는 올해 9년째를 맞는다.
스포츠 쪽은 '2년 차 징크스'란 게 있다. 프로 생활 첫해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 상당수가 이듬해 성적이 내림세를 보인다. 징크스가 실제 존재하는지 통계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2년 차에 들어서면 상대 팀의 집중 견제와 주변 기대치에 대한 부담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통령에겐 '6년 차 징크스'가 있다. 재선에 성공한 루스벨트 아이젠하워 닉슨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6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던 루스벨트도 6년 차였던 1938년 뉴딜정책의 입법화에 대한 반발 여론과 대공황으로 큰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아이젠하워는 비서실장의 뇌물 스캔들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고전했다. 닉슨은 6년 차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고, 레이건은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곤경에 처했다. 클린턴도 6년 차에 '르윈스키 스캔들'로 곤혹을 치렀으며 오바마 역시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며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정치엔 '3년 차 징크스'가 있다. 김영삼 정부는 대구 지하철 사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김대중 정부는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로 레임덕을 겪었고,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값 폭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는 '비선 실세' 파동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집권 3년 차를 맞는다. 늘 그렇듯, 3년 차가 되면 당정이 마찰을 빚기 시작한다. 공교롭게 연초부터 서영교와 손혜원 의원 문제로 민심이 흉흉하다. 경제악화로 지지율 역시 하락세다. '기록과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란 말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3년 차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