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환경 유연한 대처 장점 알려져
기업뿐 아니라 지자체도 적극 도입
실효성 확보하려면 '열린사고' 기본
잘 적용돼 변화 바람 불어오길 기대

애자일 방식을 조직문화에 적용하면 상명하달 형태의 '수직적 조직구조'보다 '소규모 조직'을 기반으로 직원 개개인의 오너십을 중시하는 수평적인 조직을 추구하게 된다. 본래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창안한 방법론으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에서 널리 활용돼왔다. 하지만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점차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업종이나 규모와 관계없이 사업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애자일 방식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글로벌 기업이 10여년 전부터 애자일 방식을 적용해오긴 했지만, 주로 사업부나 개별 팀 단위에서 활용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전사적인 차원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애자일 조직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ING생명은 국내 보험회사 최초로 '애자일' 조직을 전사적으로 도입하는 혁신을 단행했다. 기존의 임원, 부서장, 중간 관리자, 직원으로 이어진 수직적 직급체계는 철폐하고 '기능' 중심으로 나뉘던 기존 조직을 '업무 과제' 중심으로 개편했다. 그 결과 한 팀 내에서 집단 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고 한다.
기업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행보도 눈에 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난해 행정정책의 실행방안으로 '기장형 애자일 행정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오 군수는 "모든 행정 정책과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과 전문가단체, 이해관계자, 관련 부서 등과 대화하고 협업하는 등 행정 최종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처음부터 반영되고 피드백을 통해 완성해나가는 것이 바로 기장형 애자일 행정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들을 비롯해 공공기관까지도 애자일 조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데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경쟁의 파고를 넘기 위한 절박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과거엔 젊고, 작은 조직에 어울리는 업무방식으로 인식돼온 '애자일 조직'에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업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의 유연성을 극대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자칫 애자일 조직문화가 '청바지 입은 꼰대'처럼 보여주기 식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청바지를 허용해 겉보기에는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업무가 이뤄져 내용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결국 애자일 조직문화가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도 혁신에 대한 열망과 변화를 추구하는 열린 사고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당장 며칠 그리고 몇 달 후의 상황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과거와 같이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늘날 애자일 방식이 각광받는 이유도 분야와 관계없이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디 애자일 조직문화가 가진 본질적인 의미인 유연성과 탄력성이 업무현장에서 잘 적용돼,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까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길 바란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큰 파고를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저력을 길러, 국가경쟁력을 가일층 높여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기승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영지원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