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의회의 연수 결과 보고서를 조사해 보니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출처 모를 글을 짜깁기해 만든 게 대다수였다. 지금껏 해외 연수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결국 지방의회 해외연수는 계획만 그럴듯하게 짜놓은 속 빈 강정이었던 셈이다.
시민 세금으로 마련된 의회 운영예산을 쌈짓돈처럼 써가며 외유성 연수를 다녀왔다는 실태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선진지 시찰, 우호 교류라는 해외 연수 명분도 이제는 설득력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천시의회를 비롯한 인천 10개 군·구 기초의회가 지방의회 해외연수 관련 규정을 손보겠다고 밝힌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의원 스스로 해외연수 계획을 심사하는 '셀프심사' 관행을 없애고, 외유성 일정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1인당 해외연수 예산(650만원)을 편성했다고 알려진 인천 동구의회를 비롯한 각 기초의회가 올해 해외 연수를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인천시 군·구의장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송광식 동구의회 의장은 "시민들이 원하는 게 전체적으로 취소를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동료 의원들과 잘 상의해 해외 연수를 가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각 지방의회별로 숱하게 다녀왔던 해외 연수가 인천에 무엇 하나라도 남겼는지를 돌아본다면 이제 해외로 나간다는 발상은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다.
의원 1명당 수백만원의 예산으로 그랜드캐니언이나 할리우드, 오페라하우스를 다녀와서 인천 관광을 살리겠다고 한다면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지방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며 '우문현답'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지방의회가 내실 있는 운영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갈 것이 아니라 발걸음으로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야 한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