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한달 여 앞둔 요즘, 출판계는 역사서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 관습의 유래를 역사적 사건에서 연결시키거나 그간 대중이 알아서는 안되는 금지된 역사를 풀어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해 역사를 소개하며 독자의 흥미를 끈다.
정신병·동성애 등 뜨거운 이슈
신문·통계 등 활용 유래 파헤쳐
'금지의 작은 역사(김성환 외 4명 지음. 천년의 상상 펴냄. 1만7천원)'는 역사를 전공한 학자가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각각의 시각에서 그동안 금기시돼온 사회 관습의 유래를 역사 속에서 풀어냈다.
'갑질' '북한' '정신병' '부랑인' '타투' '동성애' '패션' 등 현재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들만 쏙쏙 골라 그 역사적 유래를 소개한다.
서술하는 행위에만 그치지 않고 통계치를 끌어오고 신문기사를 인용하고 각종 사건의 증언과 증거를 소개하며 객관성을 담보했다.
책은 내심 불편했지만, 불온하다고 교육받아온 그동안 세월 탓에 부당하다고 여기지 못했던 사회 관습을 자근자근 깨부수는 데 집중한다.
덕분에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뽑은 '2018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의 선정작이 됐다.
현모양처론 등 '유교적 가치관'
일제 식민지배 산물 파격 주장
'내 안의 역사(전우용 지음. 푸른역사 펴냄. 1만9천500원)'는 SNS에서 가장 핫한 역사학자 중 한 명인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가 썼다.
'역사학자 전우용의 한국 근대 읽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우리 역사는 깊다'를 통해 그는 꾸준히 교과서 외의 역사를 파헤쳐왔다. 내 안의 역사는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부제가 독특하다. '현대 한국인의 몸과 마음을 만든 근대'를 주제로 현모양처론, 접대문화의 기원 등 현재 우리 삶을 지배하는 관습의 뿌리를 찾기 위해 근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테면 우리가 미덕으로 꼽았던 '현모양처론'이나 '박력·추진력'을 옹호하는 행위들은 일제가 필요에 의해 우리 민족에게 주입한 식민지배의 산물이다.
전 교수는 현모양처론은 유교의 덕목이 아니라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창안된 천황제 국민국가의 여성관이다.
남성이 나라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여성은 가정을 맡아 꾸리며 자식을 충성스런 신민으로 키우는 것이 미덕이며 현모양처라는 것이 그 실체다.
박력과 추진력이라는 남성적 가치도 일본이 군국주의로 치닫던 1930년대 초반, 명령에 따라 물불 안가리고 진격해야 하는 졸병에게 주입하던 가치였다.
그의 책은 그동안 삶의 진리라 믿었던 사회철학과 관습이 근대의 비뚤어진 식민사관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용감하게 드러내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가치를 제대로 알려준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