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는 모두 13개의 정규 앨범(미국기준)을 내놨다. 그중 최고의 앨범으로는 8집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꼽는데 이견이 없다. 이 앨범에는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폴 매카트니가 18세에 작곡했다는 '내 나이 64세일 때(When I'm Sixty-Four)'가 실려있다. 이 곡에 대해 매카트니는 "당시 영국에서 정년은 보통 65세였다. 64세는 은퇴를 준비할 나이다. 그때까지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지 연인에게 묻는 노래"라고 말했다. 78세인 폴 매카트니는 지금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영국은 65세였던 정년제도를 2011년 없앴다. 대신 근로자와 고용주의 합의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일본은 1998년 기업의 정년을 60세로 늘린 데 이어 2013년 65세로 연장했다. 정년의 개념이 없는 미국도 은퇴를 미루고 60세가 넘어서도 일을 계속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2010년 연금 적자의 심각성 때문에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늦췄다가 2012년 사회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60세로 되돌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100세 시대'에 더는 노인 나이를 65세로 붙잡아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인 기준을 70세로 높이면 정년도 늦출 수 있어 노인 소득은 물론 연금재정에도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첩첩산중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등이 65세에 맞물려 있어 노인의 저항도 꽤 클 것이다. 또 직업별로 제각각인 가동연한(稼動年限)도 바꿔야 한다.
법이 정한 기업 정년은 60세지만 우리 현실은 50대 초중반에 직장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연금을 받기 위해선 62세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 상황에서 노인 나이와 연금 수령 나이를 상향하면 노인 빈곤이 심화할 것은 너무도 뻔하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 30%가 일하고 있다. 노인 나이를 상향시키려면 우선 노인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럴 경우 일자리를 찾는 젊은 구직자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아울러 포퓰리즘에 닳고 닳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노인 표를 의식해 발목을 잡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