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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원 사회부 차장
사람들은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습관처럼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다짐한다. 금연, 다이어트 등 지난해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한 일들을 마치 올해는 반드시 할 것처럼 또다시 자신과 약속을 한다. 매년 연초에 반복되는 이런 다짐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오죽했으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작심삼일이란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란 속담이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고려에서 하는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 만에 바뀐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로 바뀌었다.

설화문학가 유몽인이 쓴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유성룡의 일화가 전해진다. 유성룡이 공문을 각 고을에 발송하라는 명을 내렸다가 실수가 있어 회수시켰는데 한 역리가 진작 발송했어야 할 공문을 그대로 가져온다. 유성룡이 아예 발송도 하지 않은 것에 크게 화를 내자, 그 역리는 "속담에 '조선공사삼일'이란 말이 있어 어차피 사흘 후 다시 고칠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사흘을 기다리느라고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무턱대고 떠오르는 대로 하지 말고 사흘 동안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의미다.

지금의 작심삼일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를 지니지만 어원을 따져보면 무턱대고 생각나는 대로 무언가 빨리 결정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는 자숙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즈음 대한민국은 '빨리빨리'가 익숙한 사회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시나브로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이미 적응돼 있다.

빠른 것이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빠른 것을 요구하다보면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의 새해 다짐도 지난해 못했으니까 올해 해보자는 식으로 다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올해 새해 다짐부터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신중히 결정한다면 매년 후회하는 '작심삼일'은 없지 않을까.

/최규원 사회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