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빌헬름에 대한 경의를 시연 중인 백남준, 1978
장 피에르 빌헬름에 대한 경의를 시연 중인 백남준, 1978.(사진:만프레드 레베)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예술근간 보여주는 기념비적 책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재발간

日 동료와 나눈 편지 97통 수록
'백-아베 서신집'도 새로 출간

오늘 서울서 '문화공연·추모제'


디지털 기술과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주목받는 이가 있다.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이자 기술을 이용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선도했던 '백남준'이다.

비록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슴 속에 백남준은 살아있고, 백남준의 예술은 날로 진화해간다.

백남준 서거 13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특히 올해 추모행사는 백남준을 연구한 저서들이 출간돼 대중들도 그를 되짚는 시간을 갖는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9일, 백남준 예술의 근간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저서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를 재발간한다.

이 책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백남준의 책'이다. 백남준 연구자 에디트 데커와 이르멜린 리비어가 미국과 유럽, 한국에 흩어져 있는 백남준의 글을 모아 공동 편집한 책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백-아베 서신집 표지
백남준 예술의 근간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저서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왼쪽)와 백남준과 오랜 친구이자 기술적 동료인 '슈야 아베'가 주고받은 서신 97통을 수록한 '백-아베 서신집'. /백남준 아트센터 제공

이 책에는 백남준의 미발표 원고와 악보, 에세이, 편지, 인터뷰, 시나리오 등 그가 작성한 78편의 글을 담았다.

개정판에는 초판에 원문으로만 실렸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시나리오를 비롯해 '바이바이 키플링' '록음악에 스포츠' '비디오 테이프 월간지' 등 5편의 글을 번역해 게재했고 누락된 부분이 있었던 '아사테라이트-모레의 빛을 위하여'의 원문을 찾아 전체를 번역해 진일보한 백남준 연구의 성과를 보여준다.

더불어 백남준의 세계를 보여주는 새로운 책도 출간된다.

백남준아트센터와 도쿄도 현대미술관, 스미스소니언 백남준 아카이브에 소장된 백남준과 그의 오랜 친구이자 기술적 동료인 '슈야 아베'가 주고받은 서신 97통을 수록한 '백-아베 서신집'이다.

1963년 백남준과 슈야 아베가 처음 만나 영상 합성을 가능케 하는 기계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쏟았던 노력과 흑백 카메라를 연결해 컬러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 수작업으로 제작한 영상 합성기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의 제작기 등 이들의 눈부신 기술협업이 세밀하게 기술됐다.

'평생 한 번 있을 만남'이라 칭했을 만큼 동지적 애정을 표했던 둘의 인연은 편지와 항공우편, 엽서, 연하장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어졌다.

백남준을 추모하는 문화공연 및 추모제는 29일 서울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다.

2006년 타계 이후 2007년 2월부터 유골함이 모셔져 있는 이 곳에서는 추모제와 더불어 그를 추모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다양한 기획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당신은 궁금하지 않은가'를 주제로 한 온라인 공간을 마련해 대중과 함께 자유롭게 백남준을 추모한다. 이 공간은 백남준에 관한 퀴즈를 푸는 웹 앱으로 PC 또는 모바일로 누구나 접속이 가능하다.

접속자들은 백남준과 그의 예술세계와 관련된 문제를 풀고 주어진 문제를 모두 푼 사람에겐 '백남준을 기억하는 공간'에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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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1963.(사진:만프레드 레베)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한편, 백남준은 1964년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비디오를 활용한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일본 공학자 아베 슈야와 함께 영상을 자유자재로 편집하는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했고 음악과 신체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1980년대부터는 위성기술을 이용한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전위예술과 대중문화의 벽을 허무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1996년 뇌졸중으로 투병하던 중에도 그는 레이저 기술을 도입해 작품을 선보이는 등 평생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서 예술적 실천을 이어나갔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