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가 양날개로 날듯 정치도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로 난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유효하다. 특히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여야 정당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건강하게 양립하는 상황은 국가안정에 필수적이다. 균형이 깨지면 특정 대의(代議)의 독주와 독선이 적폐로 쌓이고 사회는 혼란해진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의 추락은 목불인견이다. 전통적 보수층조차 흔쾌하게 지지하기가 불편한 기색이다.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에 반대해 벌인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으로 천하의 조롱거리가 됐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의혹은 '목포 호구' 발언으로 역풍을 맞았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의혹 따진다며 불러낸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에게 면박만 당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고질적인 계파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견제 능력을 상실한 '마이너스의 손'으로 내부 권력 투쟁에 골몰하면서 대안정당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나 홀로 독주(獨走)는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정상을 찾았지만 도덕적 우월성은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 손혜원 투기의혹과 서영교 재판청탁 의혹이 만일 보수정당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민주당의 투쟁력을 감안하면 최소한 국회 앞에서 촛불을 붙였을지도 모른다. 자유한국당 특보가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면 민주당 의원 누군가는 5시간30분 단식 대신 그야말로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을지 모른다. 자기 검열에 관대한 도덕적 기준으로 권력의 정의가 야금야금 허물어지는 줄 모른다.
정치가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로 나는 새라면, 한국 정치는 하늘을 날지 못하는 병든 새다. 오른 날개는 근위축증에 시달리고 왼 날개는 과잉발육 상태니 지상에서 졸렬하고 잔망스러운 발자국만 남긴다.
날지 못하는 갈매기가 멀리 보지 못하듯 병든 정치로는 국운을 조망할 수 없다. 이해타산을 앞세우는 트럼프와 혐한감정으로 지지율을 관리하는 아베로 인해 전통적인 한미일 안보동맹은 위기다. 북한과 중국은 더할 나위 없는 유대를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격상은 무르익고 있다. 한국 정치는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정세 변화 한 가운데서 땅바닥을 기고 있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