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옮겨 다닐땐 늘 마음 불안
내집 없는 서민들 난민되는 현실
주거·자산 분리해야 악순환 탈피
좋은 이웃 함께하는 '공동체주택'
살 곳 걱정 안 해도 인생 짐 덜어내


수요광장 김수동2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나는 '여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주택(흔히들 '코하우징'이라 말하는)에 살고 있다. 여백은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제각각인 10가구가 모여 함께 지은 집이다. 우리는 힘들고 불안한 도시의 주거 문제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기 원했던 사람들이 모인 생활 공동체다. 공동체주택을 위해 처음 만난 우리는 그 꿈을 이루고자 서로를 알아가며 조금씩 공동체를 이루어갔고, 집짓기를 병행한 끝에 2016년 8월 지금의 집에 입주하게 되었다. 나는 50대 중반이 훌쩍 넘어 처음으로 내 명의로 된 집에 살게 된 것이다.

지금의 공동체주택에 자리를 잡기까지 나 또한 여러 차례 전셋집을 옮겨 다녔고 하염없이 오르기만 하는 집값과 전셋값에 마음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돈을 모아 다음엔 꼭 집을 사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돈을 모으기도 힘들 뿐 아니라 모아놓은 돈보다 집값 전셋값이 훨씬 더 많이 오른다. 이사를 안 가려면 힘들게 모아 놓은 돈에 더 돈을 보태 보증금을 올려 주거나 일부 월세로 전환을 하여야 한다. 그것도 감당이 안 되면 결국 집의 크기를 줄이거나 더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다 이룬 이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내 집을 소유하지 못한 다수의 서민들은 난민이 되어 떠돌아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은 어느 정도 조정을 받았고 그 후 상당시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 시기에 소위 전문가들 사이에는 상승론과 하락론이 팽팽히 맞섰고 대부분의 서민들은 심정적으로 하락론을 지지하며 빚내어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살이를 유지했다. 그러나 정부는 서민의 주거안정보다 경기부양을 선택했다.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에 버티다 못한 다수의 시민들이 매수 대열에 뛰어들며 집값은 다시 한 번 폭등을 하였다.

부동산시장은 지금 또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과연 앞으로 "집값은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오를 것인가?" 그것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도 이와 같이 집값이 내리느냐 오르느냐에 대한 질문만 반복한다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히 인구통계학적 변화나 수요공급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에는 정부와 기업, 개인, 외국인 등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움직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의지다.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펴고 토지와 공공주택의 공급과 금리를 조절하느냐에 따라 시장은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서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의 공공성회복 보다는 경기부양에 치중하였고, 그 결과 자산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가 아니다. "왜 나는 집값 때문에 불안한가?"를 물어야 한다. 집 없는 서민은 말할 것도 없고 과연 집하나 가지고 있는 서민들에게 집값이 오르면 좋은 일이고, 내리면 나쁜 일인가? 결국 이 악순환은 결국 내가 살아야 할 집, 즉 주거공간으로서의 집과 자산으로서의 집을 분리할 때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집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자산을 소유하지 못한 개인이 홀로 감당하기는 너무나 버겁고 힘든 일이다. 내 집 마련이 어렵다면 우리 집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혼자서는 어렵지만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가능하다.

'집값'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터 잡고 살 집을 구하는 것이다. 그 집은 불필요한 거품이 없는, 나의 최소한의 욕망과 필요를 충족하는 최소의 집이라면 더욱 좋겠다. 거기에 좋은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좋은 이웃과 함께하는 최소의 집, 그것이 바로 공동체주택이다. 이 집은 내가 오래도록 살 집이기 때문에 집값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집 걱정만 안 해도 인생의 커다란 짐 하나 덜은 것이다.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