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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는 주로 약세장에서 기승을 부린다. 주식이 떨어지면 어찌할 줄 모르는 개미들의 조급함을 세력들이 악용해 만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장된게 많다. 최근 등장한 수소차 테마주, 2차전지 같은 테마주도 있지만 이 역시 100% 믿을 건 못 된다. 증권가에는 지금도 '만리장성 테마주'가 회자하고 있다. 1988년 초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에 빌붙어 관련주들이 주식시장을 마구 흔들었는데 그때 등장한 게 이른바 '만리장성 4인방' 이다.

시작은 대한알루미늄이었다. 중국이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는데 이 회사 제품이 사용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사하는 인부들에게 태화가 만든 신발이 지급된다는 루머가 그 뒤를 이었다. 더 웃겼던 건 그다음이다. 공사 노동자에게 간식으로 삼립식품의 '호빵'이 제공되고, 그걸 먹다 체한 노동자에겐 한독약품 소화제 '훼스탈'이 공급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터무니 없는 소문에 4종목이 크게 올랐다.

정치인 테마주의 시작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였다. 건설주를 필두로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2012년 대선에선 안랩 등 안철수 주가 올랐다. 박근혜주, 문재인주도 정치상황에 따라 요동쳤다. 정치인 테마주는 선거 구도가 막상막하일 때, 또는 정치판을 흔들 정도의 대형사건이 터질 때 극성을 부린다.

그제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첫 반응은 정치권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나왔다. 친문계의 '적자(嫡子)'로 꼽히던 김 지사의 정치적 위기가 예견되자 여권의 또 다른 잠룡으로 꼽히는 이낙연과 유시민 관련주가 예민하게 움직인 것이다. 이 총리의 형이 근무하고 유 작가가 사외이사로 있다는 회사가 그것이다.

정치인 테마주를 들여다보면 이 역시 황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인과 기업주가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또는 정치인이 옆집에 산다는 이유로 주가가 폭등한다. 이 또한 한탕 노리는 세력들이 만들어 낸 경우가 많다. 소문난 테마주가 힘을 받지 못하면 작전세력이 빠져나가는 경우다. 이때 다시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백이면 백, 미처 탈출하지 못한 세력의 '마지막 털기'로 보면 된다. 이를 모르고 따라잡으면 이 역시 100% 쪽박이다. 실적없이 오르는 주식은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그보다 먼저, 테마주로 한몫 잡으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게 주식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법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