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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지위이용 비서 성폭력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무죄를 판단했던 1심 판결이 뒤집혀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그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데는 안 전 지사가 스스로 페이스북에 직접 올린 사과문이 큰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선고를 한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안 전 지사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본 이유로 그가 올린 페이스북 사과문을 꼽았다.

문제의 글은 지난해 3월 5일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한 방송에 출연해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자, 다음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었다.

안 전 지사는 이 글에서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를 했다. 이어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적었다. 사실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페이스북 글의 내용과 달리 안 전 지사는 법정에서 태도를 바꿨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나 추행이 아니라 애정 등의 감정하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페이스북 사과문이 "피해자의 심정을 다독이고 무마하여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저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한편 도지사와 비서라는 지위와 20살 이상의 나이 차이에서 오는 사회적·도덕적 죄책감에 따른 사과라고 볼 측면도 없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과문의 내용을 볼 때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안 전 지사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글을 게시해놓고선 자신이 직접 게시한 글의 문헌상 의미를 부정했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 호텔 투숙 경위 등에 대한 진술을 계속 번복했다.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안 전 지사가 사건 이후 재차 김씨에게 "미안하다", "잊으라"는 등의 말을 한 부분 역시 유죄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로 삼아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