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재고율, IMF수준 가까워
높아진 기술력 자랑 중국과 대조
한국, 화려한 성장에 안일한 운영
정부개입 '온전한 상태' 착각 문제
실제 지표들 경고… 대처 필요하다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제조업들의 공장가동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생산품의 재고율은 올라가고 있다. 이는 생산품들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고 상품의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게 된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제조업의 재고율이 1998년 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다가섰음을 발표했다. 팔리지 않는 물건이 쌓이고 공장은 시설을 놀리지 못해 생산을 하는 실정이다.

경기 탓을 하기엔 남들의 상황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흔히 우리나라를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모양에 빗댄다. 일본의 높은 기술을 따라잡으려 하고 중국의 싼 인건비와 낮은 기술력에 비해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기술의 우위를 자랑하며 '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낮은 인건비는 여전하지만 중국의 기술력은 달라졌다. 우리나라를 앞설 만큼 다가섰다. 실례로 삼성의 휴대폰이 세계 1위를 차지했었지만 이번에는 간신히 1위를 지켰다. 그동안 중국 내 삼성 휴대폰이 압도적 우위의 점유율을 가졌었지만 이제 그들의 기술로 만들어진 기업들의 휴대폰 덕분에 작년 중국에서 삼성의 휴대폰 점유율은 1%를 넘지 못했다. 더 이상 싸구려 일회용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니다. 중국에서 넘어온 토종 브랜드의 스마트폰은 심플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생산휴대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5G 기술은 메이드인 차이나의 부품을 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우리나라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혹자는 지금 우리나라 제조업들의 생산율과 가동률 저하의 원인으로 경기침체를 들지만 틀렸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들의 경쟁의 뒤처짐이다. 우리의 생산품과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밀리고 있음이다. 과거의 화려한 성장곡선만 눈앞에 놓고 안일한 운영을 일삼은 덕분이다. 20여 년 전의 외환위기에 육박하는 위험선을 넘나들고 있음에도 태연한 모습부터 문제이다. 밖에서는 벌써부터 우리를 걱정하는 시각들이 조언을 하고 알림의 메시지를 주었음에도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니라며 우리만 문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산업, 조선 산업 등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산업이 흔들리고 정상 페이스를 보이지 않음에도 정부의 개입으로 온전한 컨디션인 양 흘러가는 것이 문제이다. 심폐소생술로 일시적으로 숨이 돌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 문제가 깊다. 정부 개입으로 원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처럼 보일뿐 크고 작은 생태 줄기가 말라가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폐업이 그렇고 정상적 수주의 발생이 줄어든 것도 그렇다. 경쟁우위에 서게 되는 것은 기술의 우위는 물론 비용과 품질이 받쳐줘야 한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물건들이 잘 팔려나가면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가장 우선적으로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었다. 기존 기업들은 물론이고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기업들이 방향을 잃었다. 대통령 앞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할 만큼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겨야 살 수가 있는데 경쟁에서 이길 무기가 없다. 기술도 밀리고 인건비도 밀리고 발을 디딘 시장의 점유력도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불리한 비용의 증가를 불러오는 경제정책의 강행은 현장의 손과 발을 다 놓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가설이나 전망이 아닌 실제의 지표들이 보내는 경고이니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처가 필요하다. 여기서 다음 단계로 진행될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 해야 할 것들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