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화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황선화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모처럼 가족이 북적이던 설이 지났으니 정월대보름이 곧 돌아온다.

어릴 적 정월대보름 아침엔 눈뜨자마자 엄마가 머리맡에 챙겨두신 밤, 호두, 땅콩과 같은 부럼을 깨트려 먹었었다. 방에서조차 코끝이 시린 겨울 아침, 따뜻한 이불 속에서 동생들과 "내 더위 사가라"고 장난치던 추억이 그립다. 오곡밥과 여름내 말려두었던 묵은 나물로 아침상을 차리신 엄마는 쌈을 싸서 먹어야 복 들어온다며 김을 건네주곤 하셨다.

농경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 정월대보름은 농사의 시작을 의미하는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때문에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긴 여러 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겼다. 마을 전체가 함께 제사를 지내고 윷놀이, 다리 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을 하며 새해 건강과 풍년을 한마음으로 바랐다.

도시화된 요즘도 전통을 이어가는 마을이 있고, 각 지자체에서 이를 확장하여 정월대보름 축제를 여는 곳이 많다. 늦가을부터 겨우내 은빛으로 빛나던 제주의 새별오름은 제주들불축제의 주인공으로 오름 전체가 커다란 달집이 되어 붉게 타오른다. 가평 자라섬, 대구 금호강, 부산과 삼척의 바닷가에서와 같이 전국에서 달집태우기 행사가 개최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축제장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주최 측의 준비가 있겠지만 특히나 축제의 주제가 되는 '불'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월 대보름에 발생한 대형 산불 건수는 7건으로 8.33ha가 불에 탔으며, 일반화재도 하루 평균 92건보다 27%가 증가한 117건이 발생해 7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건조주의보가 계속되는 요즘 너 나 할 것 없이 화재에 더욱 유의해야 할 것이다. 올해 정월 보름에는 아무 사고 없이 붉은 달, 흐린 달이 아닌 풍년을 의미하는 또렷한 보름달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황선화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