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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성이 연인과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 데이다. 결혼이 금지된 로마 군단병들의 비밀 혼례를 집전하다가 사형당한 사제 밸런티노를 기리기 위한 성(聖) 밸런티노 축일이 기원이라지만 유력한 설(說)일 뿐이다. 여성이 연인이나 남성에게 초콜릿 등을 선물하는 문화가 일본의 한 제과회사 마케팅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당당하게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여성상이 페미니즘 운동과 맞물리면서 확산됐다고도 한다.

밸런타인 데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바로 상업성 때문이다. 실제로 밸런타인 데이 특수는 무시할 규모가 아니다. 최근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밸런타인 데이의 미국인 지출 규모가 207억 달러(23조2천700억원)로 추정됐다. 선물 구입 지출항목은 보석(39억 달러), 외출(35억 달러), 의류(21억 달러), 꽃(19억 달러), 사탕(18억 달러) 순이다.

국내에서도 밸런타인 데이 마케팅은 제과업체에서 외식, 숙박, 유통업으로 확산되면서 선물 품목도 보석, 와인, 숙박권, 상품권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제과·유통 대기업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생일이 밸런타인 데이와 겹쳐, 해마다 생일선물로 밸런타인 특수를 받는다 해서 화제다. 기업들은 받았으면 줘야한다는 인지상정도 마케팅에 활용했다. 남성들은 출처 불명의 '화이트 데이(3월 14일)'라는 유탄을 맞았다.

밸런타인 데이와 관련해 최근 몇 해 동안 '의리 초코'가 논란이다. 여성이 연인이 아닌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돌리는 초콜릿이 '의리 초코'인데, 여성들의 고민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의리 초코를 돌리자니 대상과 비용이 고민이요, 외면하자니 상사나 동료에게 미운 털 박힐까 노심초사란다. '의리 초코' 대신 '갑질 초코'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란다. '의리 초코'의 발상지인 일본에서도 여성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했던지 밸런타인 데이 초콜릿 상납문화를 폐지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직장인 70%가 직장내 초콜릿 금지령을 지지했다고 한다.

일제의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일(1910년 2월 14일)에 일본발 '데이 마케팅'에 놀아나야 하느냐는 비판이 아니더라도, 의미 없는 '의리 초코' 정도는 친절하게 사양해도 괜찮을 듯 싶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