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딴저테이씨 추락사 조사
법무부 안전·구호조치 소홀 지적
단속반원 징계·인권교육 등 권고
노동단체 "패러다임 변화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8월 단속과정에서 추락해 숨진 미얀마 출신 노동자 딴저테이씨의 사망사고(1월3일자 8면 보도)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단속하면서 안전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고, 단속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추락했는데도 구호조치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단속활동도 중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3일 '단속과정에서의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고 책임이 있는 관계자 징계, 사고 발생 우려 시 단속 중단, 단속 전 위험요소를 고려한 구체적인 안전대책 마련, 단속과정 녹화·보존, 인권교육 수립·운영 등을 권고했다.

딴저테이 씨는 지난해 3월 체류기간이 끝나면서 미등록 신분이 됐다. 이후 지난해 8월 경기도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던 중 법무부의 외국인 단속을 피하려다가 7.5m 공사장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9월 8일 사망했으며 한국인 4명에게 장기가 기증됐다.

인권위는 딴저테이씨 사고 전후 법무부의 단속과정이 적법하지 않았고,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무부를 질타했다. 사고 장소는 건설현장으로 위험요소가 많지만, 법무부는 단속 이전에 아무런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법무부 직원들은 딴저테이 씨가 추락한 뒤에도 119신고 외에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추락 이후에도 단속 활동을 지속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단속반원들은 공무원으로서 인도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매우 부적절한 대처였다"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긴급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긴급보호서'를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호명령서를 통한 보호를 배제하면서 간소한 절차인 '긴급보호서'를 활용해 미등록 외국인을 구금하는 것은 조사권 남용이라고 평가했다.

인권위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단속반원의 징계를 권고했다. 딴저테이 씨를 포함해 최근 10년간 10명의 외국인노동자가 단속과정에서 사망했지만, 지금까지 법무부 직원의 징계는 없었다.

노동인권 단체들은 이번 인권위의 조사결과가 향후 법무부의 외국인 단속의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한국이주인권센터 박정형 사무국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법무부가 외국인 노동자 단속과 관련해 얼마나 인권에 대해 무감각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라며 "이번 인권위 권고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 방식·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한 후 제도 보완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