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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트럼프다. 이번엔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은 사실과 추천자를 자기 입으로 자랑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아베(일본)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낸 아름다운 서한을 내게 줬다"며 "내가 삼가 일본을 대표해서 노벨평화상을 당신에게 주라고 요청했다"고 서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미-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을 의회 동의없이 쓰기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던 자리였다. 비인도적인 국경장벽 건설과 노벨 평화상 후보라는 대립적 의제를 섞어버린 무개념은 트럼프 다웠다.

추천자인 아베가 머쓱해졌다. 의회에서 사실 여부를 질문하는 야당 의원에게 "노벨상위원회는 평화상 추천자와 피추천자를 50년간 밝히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하다가 "아닌 것은 아니다"고 추천 사실을 실토했다. 아사이 신문은 아베가 트럼프의 노벨 평화상 추천 이유와 관련 '미국 정부의 비공식적 요청'을 확인 보도했다. 요청 시기는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였단다.

트럼프의 노벨상 욕심은 지난해부터 노골적이었다. 그해 4월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한 미시건주 공화당 집회에서 청중들이 "노벨"을 연호하자 애들처럼 좋아했다. 실제 지난해 외신들은 남북미 정상들을 노벨 평화상 유력후보로 꼽기도 했다. 남북미 회담만한 국제적 평화 이슈도 없었다. 그런데 매해 2월 1일 마감하는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 시한을 넘겨서였는지 트럼프의 수상은 불발됐다. 올해엔 시한에 맞추어 일본에 청부 추천까지 완료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자격이 충분하다"고 추천사를 보탰으니, 트럼프는 노벨 평화상을 '따놓은 당상'으로 여길만하다.

하지만 히틀러, 스탈린, 전두환도 후보로 추천됐던 노벨 평화상이다. 아웅산 수치는 대놓고 소수민족을 탄압해 상의 의미를 격하시켰다. 미국우선주의에 입각해 국경장벽을 세우고, 전세계와 무역전쟁을 벌이고, 미국내 갈등의 중심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수상이 실현되면 노벨 평화상은 다시 한 번 논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노벨 평화상 집착증을 바라보는 우리 심경은 착잡하다. 2·27 2차북미정상회담을 노벨 평화상 이벤트로 여겨 북한 비핵화를 속 빈 강정으로 만들까봐서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노벨상은 트럼프가 받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 이제 '트럼프는 노벨상을 받고 김정은은 핵무기를 갖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