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사거리서 배다리 넘어가는 길
주변 골목 가치 재평가 분위기속
카페·식당 등 5~6곳 줄줄이 오픈
카페주 "역사·재미 비교불가 보물"
개항기 인천항과 서울로 향하는 주요 도로였던 싸리재 언덕길. 이 싸리재 주변으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상점들이 잇달아 들어서며 이 길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천 중구 경동 사거리에서 애관극장을 거쳐 헌책방 골목으로 유명한 배다리 방향으로 넘어가는 길을 인천 사람들은 '싸리재'라고 불러왔다.
이 싸리재에 SNS를 이용하는 20~30대 젊은층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싸리재에 새롭게 문을 여는 가게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애관극장 인근의 옛 이비인후과 병원을 고쳐 만든 '브라운핸즈'라는 카페가 문을 열었고, 같은 해 9월에는 싸리재 뒤편 골목길에 베트남 식당 '메콩싸롱'이, 11월에는 폐업한 산부인과 병원을 개조한 '라이트하우스'가 들어서는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뜨는 상점 5~6곳이 연이어 개업했다.
싸리재는 개항기 경인철도 개통 이전에는 배를 타고 제물포항에 내린 사람들이 서울로 가기 위해 거쳤던 언덕길이다. 현재는 구도심의 대표적 옛길이 되어 택시 운전기사들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길의 가치와 가능성에 주목한 이들은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9월 싸리재 골목에 베트남 식당 '메콩싸롱'을 개업한 김기창(49)씨도 인천 출신인 지인의 소개로 오게 됐다.
그는 "개항기 인천의 지도와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서울 종로 한복판과는 비교할 바가 아닐 정도로 번화했더라"며 "다른 지역을 돌아봤는데 그 규모나 역사, 재미가 인천과는 비교할 만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업 준비를 하며 인테리어 공사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이 지역 중구에서 구했다. 건축자재는 물론 전기재료, 가구, 공구 상점이 모두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양한 상점이 가까이에 몰려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번성했던 지역임이 틀림이 없다. 이곳 사람들과 소통하며 오래도록 장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잊혀가던 싸리재에 새롭게 둥지를 튼 상점이 많아지자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이 일대를 배회하는 젊은이들도 늘었다. 오랫동안 싸리재에서 가게를 운영해 오던 옛 상인들은 지난 십 수년간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40년간 이 싸리재에서 장사해 온 박차영(68)씨는 예전에 하던 의료기 사업을 접고 몇 년 전 오래된 건물에 카페 '싸리재'를 차렸다. 그는 싸리재 주변 골목의 가치를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하는 것 같아 반갑다고 했다.
박차영 사장은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재미난 길과 골목을 가진 싸리재는 인천 어디에도 없는 보물"이라며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변화가 생기며 골목의 가치도 새롭게 인정받고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도록 인천 시민과 관계기관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