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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作 '퐁텐블로'. /경기문화재단 제공

센터 주요 소장품 구성
'닉슨 TV'·'글로벌 그루브'등 대표작업 소개
현재·미래에 던지는 작가 메시지 탐구


백남준아트센터가 비디오로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연 백남준의 실험이 돋보이는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를 연다.

센터 주요 소장품으로 채워지는 백남준展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는 동시대 사회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기술에 대한 예술적 개입으로 새로운 미래를 그렸던 백남준 미디어가 던지는 메시지를 탐구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닉슨 TV'는 백남준의 초기 실험 텔레비전 중 하나로, 텔레비전을 쌍방향 소통수단으로 이해하고 실험한 작가의 미디어 분석을 보여준다.

신호발생기를 통해 만들어진 신호를 앰프를 통해 증폭시킨 다음 모니터 위에 설치된 코일로 전류를 흐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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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作 '글로벌 그루브'. /경기문화재단 제공

이 전류는 스위치를 통해 두 개의 모니터에 번갈아 가며 흐르게 되는데, 이때 흐르는 전류가 TV 브라운관의 전자 빔을 왜곡 시켜 화면에 등장하는 닉슨 대통령의 얼굴을 일그러뜨려 희화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닉슨은 1960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후보와의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낙선했는데, 백남준은 미디어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작품을 만들었다.

다음으로는 1968년 보니노 갤러리에서 열린 백남준의 개인전을 스케치한 영상 '전자 예술 Ⅱ'다.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매클루언의 얼굴을 변주한 이 영상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으로 미디어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한 이론가 매클루언과 백남준의 상보 관계를 상상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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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作 '밥 호프'. /경기문화재단 제공

동시에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매클루언의 개념과 연계하여 텔레비전을 일 방향의 매체가 아닌 작가의 개입으로 변주될 수 있는 쌍방향의 가능성을 찾은 백남준 미디어의 메시지를 담았다.

전시장 메인홀은 백남준이 꿈꿨던 '미래의 비디오 풍경'을 상상하며 구성했는데, 이는 마치 거대한 거실 공간을 연상케 한다.

이 공간에 놓인 대형의자에 앉으면 왼쪽으로는 금색 도장의 액자 안에 20대의 모니터가 배치된 '퐁텐블로'를, 양쪽으로는 실체가 없는 비선형적인 시간을 시각화하는 '스위스 시계'와 'TV시계'를 볼 수 있다.

또 정면에는 여러 문화권의 춤과 음악을 연달아 이어붙인 백남준의 대표적인 비디오 작업 '글로벌 그루브'가 상영되고 있고, 양옆으로 '찰리 채플린'과 '밥 호프'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구석의 방으로 들어가면 인류의 문명을 밝힌 최초의 미디어인 빛을 담고 있는 'TV 촛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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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作 '찰리 채플린'. /경기문화재단 제공

마치 생활용 A.I. 와 접속 가능한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현대 일상의 공간을 연상하게 하는 이 공간은 빛, 필름, 전기, 라디오, 전파, 텔레비전 등의 미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의 풍경을 바꿔왔는지 그려냈다.

전시장 마지막에 놓인 백남준 최초의 위성 실험 비디오 '도큐멘타 6 위성 텔레케스트'와 '징기스칸의 귀향'은 전자 고속도로를 통한 세계적인 소통, 쌍방향의 소통이 가져올 미래적인 풍경에 대한 백남준의 비전을 보여준다. 전시는 내년 2월 20일까지 이어진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