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낮은 보상한도·범위에 외면
1천만 반려동물 인구 겨냥 재출시
삼성·메리츠화재 등 상품성 강화


지난 설에 반려견을 차에 태우고 귀성길에 올랐던 김모(32·여)씨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다쳐 상대 가해 차량이 들어 놓은 보험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다친 반려견은 사실상 자기 돈으로 병원비를 내야만 했다.

현행 민법상 반려동물은 소유 물건인 대물로 취급돼 보상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한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보상비 50만원에 자기 돈 100만원을 더 들여 반려견의 골절을 치료했다.

화성에 사는 최모(43)씨는 7살 된 반려견이 암에 걸려 치료하는 데만 300만원 넘게 들었다. 가족이다 보니 일단 치료에 몰두했지만 병원비는 적잖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하면서 사고와 병으로 인한 치료비 지출도 급증해 '펫보험'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가입률은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20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펫보험 가입은 2천600건으로 반려동물 등록 107만 마리 대비 0.24%에 불과하다. 영국(20%)이나 독일(15%)은 물론 일본(8%)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10년 전 보험사들이 커지는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해 펫보험을 출시했다가 보험료 대비 낮은 보상한도와 제한적인 보상범위로 가입률이 저조해 철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치료비 등 반려동물 양육비용 증가는 유기 등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상해·질병부터 장례비 지급까지 상품 보장성을 대폭 확대하는 등 다시 '반려족' 마음 붙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삼성화재는 반려견 보험을 자동차 보험과 같이 온라인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애니펫 다이렉트'를 출시했다. 순수보장성 일반보험 상품으로 입·통원의료비 및 수술비, 배상 책임, 사망 위로금 등 종합적으로 보장한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10월부터 반려견의 실질적 의료비를 평생 보장하는 장기 펫보험 '(무)펫퍼민트 퍼피&도그 보험'을 판매 중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 '롯데마이펫보험'에 장례비용과 배상책임손해 담보를 추가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가입 대상이 개와 고양이로 한정된 만큼 금융 업계와 제휴를 늘려 보장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