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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개척시대, 텍사스의 한 마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총잡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벽과 마주하고 섰다. 이어 총을 꺼내더니 벽을 향해 마구 총을 쏴댄다. 이내 벽은 온통 탄환 자국 투성이이다. 수백 발의 탄환을 소진하고 나서 총잡이는 벽을 살펴본다. 자신의 사격 실력이 형편없음을 느꼈는지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총잡이는 곧바로 창고에서 페인트와 붓을 가져오더니 탄환 자국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에 과녁을 그린다. 그제서야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잠시 후 동료 총잡이들이 나타나 벽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명사수네!"

통계학과 심리학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인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를 약간 각색해 보았다.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는 '허위 상관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무수히 많은 차이점을 무시하고 몇몇 우연의 일치에 주목하는 '링컨과 케네디의 평행이론'도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다.

대한민국에도 지만원이라는 희대의 명사수가 나타났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숭고한 벽에 흠집을 내기 위해 총을 난사했다. 그런데 별 소득이 없었다. 기껏 찾아낸 게 '광수'라는 탄착군이다. 그는 탄착군 안에 있는 탄환 자국마다 '광수1호', '광수2호'식으로 번호를 매겼다. 600호까지 일련번호를 매긴 후에는 붉은색으로 과녁을 그렸다. 과녁에 '광주에 온 북한특수군'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이니 그럴싸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이 확인해보니 제대로 된 탄환 자국이 아니다. 단지 비슷하게 생겼을 뿐이다. '총알자국이 아니라 핏물, 눈물자국'이라며 울분을 토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급기야 허위 과녁임을 알리기 위한 토론회까지 열린단다. 결국 사격 실력을 인정받아 서부 활극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짝퉁 명사수'는 꿈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래도 그는 낙심하지 않는다. 그의 허접한 사격 실력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하는지는 모르지만 3명의 든든한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활동무대가 국회이니 보통 동료가 아니다. 그 중 한 명인 김진태 의원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니며 진한 동료애(?)를 과시중이다.

지만원씨의 우상이 '황야의 무법자'의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라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자기 신념과 소신에 따라 사는 영원한 자유인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렇게 총을 쏴대는 걸까? 실탄인지, BB탄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