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동연한(稼動年限)'은 교통사고·산업재해 등 사고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된다. 통상 해당 직종의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정년이 없으면 동종업계 종사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가동연한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대부분 판례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와 법무사, 승려가 70세로 가동연한이 가장 길다. 의사와 한의사, 화가, 목사 등은 65세, 육체 노동자 등 대부분 업종은 60세를 정년으로 한다. 일반 술집 마담, 나이트클럽 웨이터, 잠수부 등은 50세, 프로야구 선수와 에어로빅 강사, 룸살롱 마담은 40세, 다방 여종업원과 골프장 캐디는 35세를 정년으로 본다.
대법원이 노동자 가동연한을 60세가 아닌 65세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1989년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한 지 30년 만에 다시 한 번 대법원 판례가 바뀐 것이다. 대법원은 "1989년 전원합의 판결 이후 가동연한이 만 60세로 됐지만, 그동안 평균 수명이 늘었고 경제 규모도 4배 이상 커졌다"며 "제반 사정이 현저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아닌 65세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
평균수명이 늘고 노인 취업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직업의 가동연한을 늘린 것은 너무도 당연한 판결이다. 이번 가동연한 연장으로 우리 사회는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손해배상액 산정은 물론 보험, 연금과 법정 정년 등을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가동연한 상향에 따라 현행 정년 '만 60세 이상', 노인 '만 65세 이상'이라는 기준 변경 등 기존에 지속해서 제기돼 온 이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다.
문제도 있다. 가동연한 상향으로 정년이 65세로, 노인기준이 70세로 늘어날 경우 '노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간 누렸던 기득권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물론 연금 수령 시기도 늦춰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이 빈곤층이란 점이 큰 골칫거리다.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한다.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건 행복이지만 그것도 건강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픈데 일해야만 하는 삶이 행복할 수는 없다. 평생을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슬퍼진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