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답사·후손인터뷰 고증 공들여
친일 행적인물 '실명 사용' 부담감
"민족반역, 역사 일부로 끌어안아"
MBC가 3·1운동 10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이원규 작가의 '마지막 무관생도들'(푸른사상·2016년 출간)은 소설 형식이지만, 사실상 대한제국의 마지막 무관생도 45명의 약전에 가깝다.
작가는 책에 250여개의 각주를 달았다. 참고한 자료 가운데 40%는 일본국립공문서관 소장자료, 일본국 관보 등에 실린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찾지 못한 1차 자료들이다. 300여명의 등장인물은 모두 실존인물이다.
이원규 작가는 지난 20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픽션(fiction)과 논픽션(nonfiction)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라며 "역사적 사실, 시간, 장소, 주변 인물 기록 등 팩트(fact)를 절대 가치로 삼고 그 안에서 허용될 수 있는 한 상상력을 붙였다"고 강조했다.
이원규 작가는 그동안 근현대사에서 잊힌 인물의 생애를 복원하는 평전들을 써내 주목받았다.
'약산 김원봉'(실천문학사·2005년 출간), '김산 평전'(실천문학사·2006년 출간), '조봉암 평전'(한길사·2013년 출간), '김경천 평전'(도서출판 선인·2018년 출간) 등 독립운동가들의 평전이 대표적이다.
해외에 흩어진 역사 현장 답사, 방대한 자료, 후손 인터뷰 등을 통해 치열하게 고증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원규 작가는 '김산 평전'을 쓴 직후부터 10년 이상 자료를 찾으며 '마지막 무관생도들'에 매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집필을 중단하고 '조봉암 평전'을 먼저 썼다.
이원규 작가는 "독립전쟁에 투신하기로 결의한 무관생도 45명 중 겨우 4명만 실천했다는 실망스러움과 함께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들의 실명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며 "10년쯤 지나 나이를 먹고 보니 민족에 대한 반역행위마저도 우리 역사의 일부로 끌어안고,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자는 생각에 다시 펜을 들게 됐다"고 말했다.
작가는 에필로그를 통해 무관생도들의 최후가 어떠했는지, 후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추적해 밝혔다.
이응준, 김석원, 김인욱, 홍사익 등은 2000년대 들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뒤늦게 심판받았고, 김광서나 이동훈 같은 독립운동가들은 1990년대 지나서야 훈장이 추서됐다.
이원규 작가는 범우사가 매월 발간하는 문학지 '책과인생'에 대한제국 마지막 무관생도 45명 가운데 15명을 추려 열전을 연재하고 있다. 올해 8월께 15명의 열전을 책으로 묶을 계획이다.
이원규 작가는 "이들의 생애를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앞으로도 미처 밝히지 못한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겠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