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도 못한채 상황 맞은게 문제
노인 대상 프로그램 미비 한계점
참여 의지 높이는 대책 마련 시급
건강한 노년의 삶 '운동'은 필수
한국은 기술력의 발전 속도만큼 세계가 놀랄만한 속도를 가진 변화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고령화 속도이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17년만인 2017년 8월 고령사회로 진입하였으며 통계청에서는 2022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령사회 도달 속도는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진 일본보다도 무려 7년이나 빠르게 도달한 것이며 프랑스 115년, 스웨덴 85년, 미국 65년 독일과 영국이 각각 45년 걸린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라 할 수 있다.
고령화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저출산 등과 맞물려 일어난다. 국내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도 겪고 있는 변화이며 흐름이다. 이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평균 50년 정도의 고령사회 진입속도를 보였던 선진국은 고령화로 인한 자국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었던 반면 한국은 그 변화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고령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생산인구의 감소와 의료비 및 복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체육이다. 체육을 통한 건강한 삶의 영위는 의료비 절감의 효과와 더불어 노인 인구의 지속적 생산활동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질병의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체육은 궁극적인 해결책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독일 등에 비하면 한국은 전 국민의 체육활동을 장려할 수 있는 스포츠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근래에 들어 지자체별로 주민들의 거주지 인근에 운동시설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과거보다 나은 스포츠 인프라를 구성해 가고 있지만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미비 및 지도자의 전문성과 운영 프로그램이 일부에 제한되는 등 한계점을 갖고 있다. 또한 거시적 관점에서 노인들의 참여 의지를 북돋고 지속할 현실적인 해결책도 시급하다. 미국의 경우 연령별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스포츠 시설과 프로그램이 정착해 있다. 이러한 스포츠 인프라는 약 19개 종목으로 구성된 미국시니어올림픽이 30년 넘게 이어지는데 기여했다.
스포츠 인프라부터 시니어올림픽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예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인들의 건강에 대한 의식제고와 참여의지를 높이고 참여를 통해 심리적 소외감을 덜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래 세대가 노인에 대한 재해석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빠른 고령화 속도, 그 완급조절에 체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얼마 전 매체를 통해 가동 연한(육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최대 나이)이 60세에서 65세로 높여진다는 뉴스를 접했다.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나이를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높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내용이다. 어느덧 급속한 고령화 속도로 인한 변화는 우리 삶 속에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는 고령화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느낄 것이다. 체육이 그 변화 속에 함께 한다면 한국의 초고령사회는 늙어도 늙은 것이 아닐 것이며 체육의 가치는 선수들의 금메달보다 더 빛날 것이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