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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사진은 평양역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환송객들에게 손흔들어 인사하는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행 출발을 공식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과 함께 전용열차 편으로 출발한 주요 동행 인사들의 명단을 함께 발표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이번에 북미 정상회담 뿐 아니라 베트남을 공식 친선방문 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편 출발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2차 북미정상회담은 사실상 실무회담을 넘어 본 회담의 막이 오른 셈이 됐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당초 예상을 깨고 전용열차 편으로 하노이를 향한 총 4천500㎞ 거리의 장거리 여정을 선택한 이유를 놓고 각종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의 이동 경로와 중간 방문 일정 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오후 평양역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출발했다고 1면 기사를 통해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아울러 이번 방문에 김영철·리수용·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북한의 외교 핵심들이 '총출동' 한 셈이다. 그러나 동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남북정상회담 때와 같은 '퍼스트레이디 외교'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 보도와 함께 "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곧 베트남을 공식 친선방문 한다. 방문 기간 두 나라 최고지도자들의 상봉과 회담이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공식 친선방문의 일정 등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이 북미정상회담을 넘어 베트남 공식 방문임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베트남 외교부도 23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수일 내에 베트남을 공식 우호 방문(official friendly visit)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의 공식 방문을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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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평양역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의장대 사열하고 있다./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24일자 1면에 김 위원장의 출발 소식과 함께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의 환송을 받는 모습을 보도했다. 노동신문에는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는 모습, 열차에 오르기 전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 4장이 실렸다.

이에 앞서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날 저녁 "김 위원장이 23일 오후 5시에 전용열차를 타고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고 북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하루가 지난 24일 공식 매체를 통해 김 위원장의 출발을 발표했다.

북한의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출발을 공식 발표한 24일 오전에는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이미 중국 국경을 넘은 뒤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23일 오후 10시께(중국 현지시간)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역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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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23일(현지시간) 오후 10시 13분께 중국 단둥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단둥=연합뉴스

한편, 김 위원장이 하노이를 향하는 경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경제발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번에 열차로 이동을 하면서 중국 및 베트남의 도시 및 농촌의 발전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하노이로 이동하는 도중에 중국이나 베트남의 몇몇 지역을 둘러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관련해 중국의 철도 건설 현황 및 북한~중국~동남아로 이어지는 철도 노선을 확인하려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중국이 이번 김 위원장의 이동 기간이 전통 명절인 춘절(春節·중국의 설)과 겹쳐 철도를 통한 대이동이 이뤄지는 시기에 주민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까지 김 위원장에게 철도 이동을 허용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은 이번 김 위원장의 열차 이동을 통해 북한과의 강한 연대를 과시함과 동시에 중국 철도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김 위원장이 하노이를 향한 긴 여정을 시작함으로써 2차 북미정상회담은 사실상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김 위원장과 역사적 두 번째 만남을 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용 항공기를 이용해 25일께 하노이로 출발할 것이 유력하다. 백악관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로 떠나는 시점을 공표하지 않았지만, 미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26∼28일 베트남을 방문한다고 발표해 전날인 25일 출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