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대표 노래 40%나 작곡
고양시 중단에 다른 곳도 검토
인천·경기교육청도 조사 착수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부르던 교가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노래 등 다수를 친일 인사들이 작곡 한 것으로 드러나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최근 고양시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노래 사용을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교육청에서도 해당 노래를 계속 사용할지 여부 등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릴레이 개정' 움직임으로 번질지 주목받고 있다.

27일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경기도와 수원·평택·안성시 노래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흥렬(1909~1980)이 작곡했다.

의정부·안양·동두천·안산·고양·오산·포천·여주시 노래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또 다른 작곡가 김동진(1913~2009)이 만든 노래다.

파주시 노래 역시 친일 행적이 알려진 작곡가 김성태(1910~2012)가 만들었다. 도내 지자체를 대표하는 노래 40%가 친일 인사들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학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다수의 교가 역시 친일 인사들이 작곡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인천 최초의 공립보통학교인 인천 창영초등학교 교가를 친일 인사인 작곡가 임동혁(1912~미상)이 만든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2월21일자 8면 보도).

각 지자체·교육청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지만, 오랜 기간 써오던 노래를 갑자기 바꾸는 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와중에 고양시에서 친일 인사가 작곡했다는 이유로 '고양시의 노래' 사용을 중단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시는 해당 노래를 '시가(市歌)'로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시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고양시의 움직임이 각 지역·교육청 노래를 개정하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친일 인사로 분류되는 이흥렬이 시가를 작곡한 수원시 측은 "한 순간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면밀히 논의한 후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도 각각 3·1운동 기념사업 차원에서 친일 행적 인사들이 작사·작곡한 교가를 조사하는 방안을 논의하거나 각 학교에서 스스로 고쳐나갈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고양시의 조치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앞으로 각 지자체가 공론을 거쳐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 아울러 해당 친일 음악인들이 어떤 행위를 했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환기·이원근·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