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동 돌며 주민들과 쓰레기 치우며 소통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복지 사각지대 해소
옴부즈맨 운영 행정갈등 완화·신뢰성 강화
'주민참여 마을 혁신의 해' 실현 위해 최선

김정식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청장
김정식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청장
설 연휴 지나고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지난 2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시장, 군수, 구청장을 초청한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전국 226개 기초단체장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김부겸 행안부장관은 나에게 "남구청장으로 당선되고 초대 미추홀구청장이 된 김정식 청장님 반갑습니다"라며 반겼다. 순간 주위에 있는 단체장들은 가감 없이 부러움의 눈길을 건넸다. 이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그동안 시·군·구 명칭변경이 정부에 의해 진행된 적은 있으나 주민의 의지로 이루어진 사례는 미추홀구가 유일무이하기 때문이다. 즉 마을 민주주의 실현의 전형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

'마을 민주주의 실현'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항상 품고 있는 명제다. 마을 민주주의의 기본단위는 골목으로, 골목이 행복해야 주민이 행복해지고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이 지향점을 녹여 만들어진 것이 '골목 골목까지 행복한 미추홀구'라는 민선7기의 정책 비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발은 청소행정으로 뗐다. 사실 쓰레기와의 전쟁은 쉽게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임기 4년 내내 매진해도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민들이 원하는 가장 시급한 사안이 "살고 있는 동네가 깨끗해지는 것"이라는 대목에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소통로드 21'을 내걸고 관내 21개 동을 한곳씩 다니기 시작했다. 공무원은 물론 주민들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상습투기 지역을 없애는 방안을 찾고 한편으로는 원하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단순처리가 가능한 사안은 즉시 해결하고 예산이 수반되거나 장기 계획이 필요한 건은 관련 부서가 처리하도록 조치했다. 그 결과 7개월여가 지난 현재 조금씩 골목이 깨끗해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 '골목골목까지 행복한' 비전을 구상할 때 지향점은 공동체 회복과 이를 통한 마을 민주주의 실현이다. 또한 그 바탕에는 복지와 인권이 있다. 청소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추홀구 전체 인구 42만5천여명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4만여명, 장애인 2만2천여명, 그리고 노인 인구 6만3천여명 중 74%가 기초노령연금에 의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동마다 맞춤형 복지팀을 설치하고 전담 사회복지공무원을 배치했으나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고심 끝에 해결책을 찾았다. 일명 '명예사회복지 공무원' 제도 운영이 그것이다. 명예사회복지 공무원이란 무보수 명예직 복지활동가로 주민 스스로 복지 위기가정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인적 안전망이다. 마을의 통·반장, 주민자치위원부터 집배원, 검침원 등 동네 구석구석을 잘 아는 이들을 위촉,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내고 따듯한 손을 먼저 내밀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지난 2월 13일엔 명예사회복지공무원 889명을 위촉하는 발대식을 가졌다. 연말까지 그 수를 배로 확대, 따뜻한 골목 경제를 만들고자 한다.

정책이 하나 더 있다. 옴부즈맨을 제도권으로 들여와 운영하고 있다. 옴부즈맨은 전문적·중립적 시각에서 주민과 행정간 갈등을 완화하고 행정의 자기 시정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주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 유용한 장치다. 바로 주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데 맞닿아 있다.

2019년 미추홀구 구정 목표를 '주민참여 마을혁신의 해'로 정했다. 올 한해도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마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부지런히 주민을 만나려 한다. 그 첫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김정식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