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보양식에 대한 집착은 참 유별나다. 몸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내 몸이 좋아진다면 남이야 뭐라 하든 말든 일단 잡아서 먹고 본다. 한때 까마귀가 정력에 좋다고 하니까 마리당 무려 30만원에 거래된 적도 있었다. 개구리는 이들의 늘 1차 표적이다.
2006년 출간된 박지성 선수의 자전에세이 '멈추지 않는 도전'에 수원공고 시절 자신의 작은 키를 걱정한 아버지가 보양식으로 해 준 '개구리 즙'을 먹고 큰 효과를 봤다는 내용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보도 후 실제 전국적으로 개구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적으로 산개구리 싹쓸이 현상마저 일어났었다. 청주지역 환경단체들이 2012년 경칩을 맞아 박 선수에게 개구리 보호활동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선수가 개구리 보호에 나서면 개구리가 보양식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야생 개구리 포획은 2005년 야생동식물보호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줄지 않는다. 정력 부족으로 기가 약하거나 폐가 허약한 사람에게 좋다고 적시한 '동의보감'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얼마 전 어느 연예인이 TV에 나와 실제 효과를 봤다고 개구리 즙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터무니 없었던 '박지성 효과'가 생각 나서다.
개구리 즙이 건강에 좋다는 소문으로 산개구리들이 여전히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자연산 개구리 1㎏에 10만원을 호가한다는 말도 들린다. 인터넷에서 개구리 즙 판매광고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판매업자들은 양식 개구리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겨울잠에서 일찍 깨어나 산란하러 이동하는 산개구리들을 대량으로 포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다. 식용개구리 사육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탓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100년 후엔 개구리가 지구 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개구리뿐만이 아니라 모든 양서류가 아주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오늘은 '경칩(驚蟄)'이다. 24절기 중 세 번째로, 땅속에서 동면하던 벌레가 봄기운에 놀라 나온다는 날이다.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봄기운에 놀라 땅 위로 뛰쳐나온 개구리가 지독한 미세먼지에 '경악'하고, 인간의 학살에 또 한 번 놀라 벌벌 떠는 '경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