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라는 초미세먼지가 연일 수도권을 강타하고 있다. 뿌연 스모그는 암울한 미래를 다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 '죽음의 먼지'는 코와 입을 통해 폐 속으로 침투해 호흡 기능을 떨어뜨리고, 면역 기능을 약화시켜 마침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전 세계에서 매년 미세 먼지로 7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이제 암보다 더 무서운 게 초미세먼지가 될지도 모른다.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는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해도 걸러내기란 쉽지 않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전국 대도시에 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됐다. 수도권은 6일 연속이다. 2017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지금 국민 70%가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이제 정부의 미진한 정책도 못 믿겠다는 것이다. "내일은 미세먼지가 심하니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라"는 문자메시지 외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보는 국민은 이제 지쳤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자조 섞인 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지키자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사비로 유치원에 공기청정기를 놔주고 개인 측정기로 공기 질을 파악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초미세먼지를 잡을 뾰족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일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하며 공공기관 차량 2부제, 2.5t 이상 5등급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화력발전 출력 감축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선되기는커녕 되레 악화하고 있다. 마침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근절할 구체적인 한중 공조방안을 직접 지시하고 나섰다. 하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우선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이 어디서부터이고 무엇 때문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중국에 항의하거나 협조를 구하더라도 정확한 데이터가 필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후화된 경유차가 원인이면 운행을 전면 금지하고, 화력 발전 때문이라면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미세먼지를 줄일 수만 있다면 탈원전 정책도 재고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자동차 배기가스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보고 운행을 중지시키는 등 초강력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바람 불기만을 기다리는 것으론 지친 국민을 달랠 수 없다. 지금은 극단적 조치 외엔 방법이 없어 보인다.